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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쪼개진 나라, 하나로 모으는 게 급선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9 20:23

수정 2022.03.09 20:23

통합 립서비스 이제 그만
야당 존중하는 협치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막을 내리고 새 대통령이 뽑혔다. 돌이켜보면 축제의 장이어야 할 대선 레이스는 상대 측을 혐오하는 막말과 저주의 경연장이었다. 진영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이 파였다. 우리는 향후 5년 대한민국호가 지역과 이념, 세대별로 쪼개진 흑백논리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지 않도록 당선인이 국민통합에 진력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 대장동과 처가 의혹 등이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선거전에 불을 붙였다.
그러니 사기꾼, 기생충, 주술사, 전쟁광 등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들이 유세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다시피 했을 것이다.

더 두려운 건 이로 인한 후유증이다. 여야는 물론 유권자들도 진보·보수로 갈려 심리적 내전에 가까운 혈전을 치렀다. 이 통에 진영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낙선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한동안 큰 상실감에 시달릴 것이다. 낙선 후보 진영이 이를 동력으로 사사건건 신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면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 빚어질 게 뻔하다. 당선인은 이들을 감싸안는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5년 전 취임 때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정반대로 편을 갈랐다. 내각과 공공기관 인사를 독식하는 건 논외로 치더라도 헌법기관까지 줄을 세웠다. 친여 일색으로 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사전투표에서 부실관리 논란을 빚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회에서 협치를 외면한 결과는 참담하다. 수적 우세를 앞세운 여당의 입법 독주는 오히려 집값을 올렸고, 청년 취업난을 불렀다.

역대 정부마다 통합을 말했지만 대부분 립서비스에 그쳤다.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으면 영락없이 적폐청산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통합은 물 건너간다.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과거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적폐청산으로 포장한 과도한 정치보복이나 선거 빚을 갚듯 캠프 인사를 지나치게 중용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새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진영 간 분노를 털고 갈라진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어야 한다. 참통합을 위해서는 승자의 아량이 필수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핑계는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하다. 다양성의 토대 위에서 꽃을 피우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다.
새 대통령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치지 말고 상대방에게 협치의 손길을 내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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