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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경제학자이자 행동과학자인 오스왈드(Andrew Oswald) 교수는 연령에 따른 사람들의 행복도를 조사했다. 미국과 서유럽에서 임의로 뽑은 50만명을 대상으로 했더니 생애에 걸쳐 행복도는 U자 모양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중년이 가장 행복도가 낮았고 초년과 말년에는 행복도가 높았다. 행복도의 바닥 나이는 대략 40대 초반이다. 선진국과 발전도상국 72개국을 대상으로 했더니 역시 U자 모양을 보였다.
오스왈드에 따르면 소득, 결혼, 경제발전 정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U 모양을 보인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힘이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 중 하나로 40대에 갖게 되는 자신의 한계를 이유로 들고 있다. 사회에서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위치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50대를 넘어가게 되면 그 욕망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다시 행복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사람들은 50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자신의 또래들이 장관이나 사장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생애행복곡선이 재정적 곤란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젊을 때는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부양가족도 없어서 재정적 어려움이 크지 않으며, 나이 들어서는 축적된 자산이 있다. 반면에 중년에는 지출이 많고 주택 관련 채무도 잔뜩 안고 있을 때다. 재정적인 미래 불확실성도 있다. 육아를 할 때는 재정적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
오스왈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인원(ape)의 행복곡선을 도출해보았다. 508마리 유인원을 침팬지와 오랑우탄 두 표본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놀랍게도 사람과 유사하게 이들 모두에서 U자형의 생애행복곡선이 나타났다. 유인원도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왈드는 유인원에게 내재된 진화상의 이유일 거라고도 보고 있다. 사람이 U자 행복 곡선을 보이는 것도 진화에 내재된 특징으로 보고 있다.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우리나라의 생애행복곡선 모양은 U자형이 아닌 좀 특이한 역 U자 모양을 보인다.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낮고 20, 30대 행복지수가 높아져서 30대 후반에 정점이 되고 이후 하락한다. 그러다가 은퇴할 즈음인 50대 후반부터 행복도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4년 노동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계층별 행복도 수치가 30대에서 3.53(최대 5.00점)인데 장년층(55~64세)에서는 3.37로 낮아지고, 고령층(65세 이상)에 들어서면 3.31까지 떨어진다. 2014년 서울서베이의 서울시민 행복도 조사 역시 10, 20대는 74점대의 행복도였으나 30대 이후 하락하고 60대 이상에서는 크게 떨어져서 66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다. 일종의 ‘ㄱ’자 모양이다. 여러 다른 조사에서도 연령에 따른 생애행복곡선은 ‘ㄱ’자에 가까운 모양을 보인다. 은퇴를 하고 노후에 행복도가 올라가기는 커녕 더 급하게 떨어지는 셈이다.
유독, 우리는 행복의 바닥 나이가 왜 60대 이상일까? 자녀를 키운 책임에서 벗어나고 사회적으로 크게 되고 싶은 욕망도 포기했는데 행복도는 왜 더 떨어질까? 재정과 건강 이유가 많다. 건강 역시 재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결국 재정 즉 돈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 복지 국가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탓도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1988년에 도입되었으니 현재 고령자들은 국민연금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 퇴직연금 제도도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퇴직금 제도에서는 목돈을 찾아 쓰다 보니 노후를 위해 준비해 둔 돈이 많지 않다.
선배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이하세대는 노후 대비 복지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그럼에도 복병은 많이 있다. 50대 초반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재취업을 하더라도 근로소득이 급감하여 노후 삶이 모두 어려워진다. 자녀 교육비는 많이 들고 결혼 비용도 써야 한다. 부모님이 한창 노약할 때이기도 하다. 50대 초반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과 60대 초반에 퇴직한 사람은 재정 상태 차이가 엄청나게 크고 그 영향은 노후에까지 지속된다.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 나이를 우리가 조절하기는 힘들다. 외생적인 충격이다. 이 외에도 자녀 관련 비용, 창업실패, 중대질병 등의 외생적인 충격들이 있다. 이런 충격들을 흡수할 재정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놓아야 한다. 욕망에서 해방되고(비록 포기를 한 것일 지라도), 책임에서 벗어난 인생 후반에 찾아 오는 행복을 방해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인생 후반 재정 시스템은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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