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날아오르다 발레를 만난 고전, 피어오르다 오페라 속 국악 선율 [Weekend 문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1 04:00

수정 2022.03.11 08:55

국립오페라단 '왕자, 호동' & 유니버설발레단 '춘향'
오페라가 된 '왕자, 호동'
현대적 상상력 더해 이야기 재구성
막 사이 등장하는 소리꾼도 새로워
발레로 춤추는 '춘향'
해외투어 마치고 4년 만에 국내 무대
감정 변주와 고난도 테크닉이 압도적
날아오르다 발레를 만난 고전, 피어오르다 오페라 속 국악 선율 [Weekend 문화]
위부터 발레 '춘향', 오페라 '왕자, 호동'
위부터 발레 '춘향', 오페라 '왕자, 호동'

2000년 전 한반도에서 일어났다고 전해지던 이야기와 조선시대 고단한 삶에 지친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이야기가 서양의 오페라와 발레를 덧입고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오페라 '왕자, 호동'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이는 '춘향' 얘기다. 오직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클래식 작품들이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이 계절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살랑거리게 한다.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해져 내려온 '낙랑 설화'가 오페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이 11일과 1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오페라 '왕자, 호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2년 이후 60년만에 재연되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기념작이었다.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오페라의 불모지였다. 우리나라에 오페라라는 장르를 정착시키는데 주춧돌이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외국의 작품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클래식과 전통 국악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여기에 아름다운 우리말 가사가 더해진 수작이다. 하지만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먼지만 쌓인 채 빛을 보지 못했다. 길고도 긴 공백기를 지나 재발굴된 이 작품은 초연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과 마주할 예정이다. 음악과 서사 등 큰 틀은 유지하되 무대는 인물을 중심으로 관념적으로 구현된다.

연출가 한승원은 "현대적 상상력을 더해 정사와 설화를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낙랑공주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낼 예정이다. 또 기존 오페라와는 달리 막 사이의 이야기꾼으로 국악인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두 번의 공연이 벌써 짧게 느껴지면서도 기대되는 이유다. 공연 예매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서 국립오페라단은 11일 오후 7시 30분 첫 공연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첫 작품으로 그들 고유의 레퍼토리 '춘향'을 들고 나왔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2007년 세계 초연된 창작 발레다. 아름다운 한국 고전을 서양의 발레에 담아낸 이 작품은 기획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으며 국내외 유수 평단으로부터 '동서양 문화의 훌륭한 조화'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2009년 재연과 2014년, 2018년 해외투어를 마친 이 작품은 4년만에 한국 관객들과 마주할 기회를 다시 얻었다. 조선 후기 저자거리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판소리 문학 '춘향전'의 이야기가 러시아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발레를 만나 오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으로 변모했다.두 남녀의 다양한 감정 변주와 고난도 테크닉을 더한 이 춤은 서사적 멜로에 몰입감과 입체감을 높인다.

또 발레 '춘향'은 여타 작품에 비해 군무 또한 볼만하다.
1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별 장면 속 장엄하고 화려한 여성 군무와 2막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에서 등장하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남성 군무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고전과 현대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동시에 안무, 음악, 의상, 무대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 작품"이라며 "강단과 신념으로 불의에 항거하고 사랑을 지켜낸 진취적 여성 '춘향'과 '몽룡'의 굳건한 사랑 이야기가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다.
예술의 깊이와 외연은 물론 교훈까지 갖춘 발레 '춘향'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