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제재 보복 나선 러시아, 망연자실한 韓 기업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0 18:48

수정 2022.03.10 18:48

디폴트 우려까지 나와
피해 최소화 방안 찾길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무기한 가동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현대차는 9일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긴급히 수정했다. 현지 사태가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행 주요 선사들 운항은 전격 중단됐고 하늘길도 이미 막혔다. 부품 조달이 안 돼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우리 기업으로 뻗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대차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도 아슬아슬하다. 아직은 재고가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는 하나 동나는 건 시간문제다.

서방 제재는 다시 러시아의 맞불 제재를 불러오고 그 사이에 낀 우리 기업 신세는 더 악화일로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 영국, 일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러시아는 이들 국가의 대외 채무는 루블화로 지급 가능하다는 내용을 정부령으로 발표했다. 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로 수출대금을 받을 경우 피해가 막심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러 중기 수출업체들의 고통은 여러 종류다. 수출대금 송금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결제와 관련해 아예 현지와 연락이 안 된다는 피해도 상당하다. 선박 봉쇄로 수출물품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지금 디폴트로 치닫는 상황이다. 피치는 지난 8일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불과 6일 만에 12단계 강등해 '부도직전'으로 평가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르면 내달 15일 러시아 디폴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실화될 경우 수출대금을 못 받아 유동성 위기로 도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러시아 사태는 이미 서방과 러시아의 경제전쟁으로 비화됐다. 러시아 편을 든 중국 기업은 아예 문을 닫게 하겠다는 미국 상무장관의 경고도 나왔다. 미·러 갈등에 미·중 패권싸움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는 러시아의 또 다른 반격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제 시작이다.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전면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기업들의 여러 어려움들을 정부는 세심하게 모니터링해주기 바란다. 자금이나 물류 지원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임기 말 현 정부가 마지막까지 힘을 내줘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