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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없인 에너지 안보도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1 16:15

수정 2022.03.11 16:15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시대, 이건 꼭 하자 ②탈원전 폐지
우크라 사태도 결국 에너지전쟁
원전은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가 에너지정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전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추구를 약속했다. 경제·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일변도 정책에 분명한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10일 당선 인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를 위해 “철 지난 이념을 멀리 하겠다”는 다짐은 탈원전 도그마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러잖아도 탈원전, 탄소중립, 수소경제 등 문 정부의 에너지전환 3대 정책 패키지에 모두 빨간불이 들어왔다.
임기 초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진흥을 밀어붙였으나 전력생산 비중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을 늘려야 했다. 그 대가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난 한해만 역대 최대인 5조800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국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미쳤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탈원전 공백을 LNG 발전으로 메우려던 에너지믹스 전략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문 정부는 경제성 평가 조작 논란까지 야기하며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하지만 임기 말에 원전 가동률을 되레 높이면서 탈원전으로 인한 난맥상이 확인됐다.

이러한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윤 당선인의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 공약은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탄소제로와 재생에너지 진흥에 가장 열성적이던 유럽연합(EU)도 친환경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으니 그렇다. 유럽조차 원전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는 터에 태양광·풍력 입지조건이 훨씬 열악한 한국이 탈원전을 고집할 까닭은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은 당연히 실천되어야 한다. 또한 문 정부가 중단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도 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은 물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탈원전에 집착하던 문 대통령이 최근 달라진 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향후 60년간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다. 더불어당 이재명 후보도 선거 기간 내내 탈원전 대신 속도를 줄이는 감(減)원전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에너지 전환정책에서 윤석열 신정부의 발목을 잡아선 안될 것이다.

물론 신정부가 재생에너지 육성을 게을리 하란 뜻은 아니다. 다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란 얘기다. 최근 한화그룹이나 한전 등 민간 및 공기업이 미국에서 그린수소 생산을 염두에 두고 태양광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 뭔가. 국내에선 태양광·풍력 등이 주민 수용성의 벽에 부딪힌 데서 보듯 경제성과 친환경성 양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선 원전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수소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서도 가장 합리적 선택이다. 연료전지 등 진짜 ‘신’(新)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술혁신을 실현하기도 전에 탈원전에 올인하는 것은 바보짓이란 얘기다.
신·구 정부는 정권 이양기에 원전과 재생에너지 진흥을 병행하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전략을 새로 짜는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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