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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천의 머니&아트] 이중섭의 '닭과 가족'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4 14:18

수정 2022.03.14 14:35

이중섭 '닭과 가족'(1954~55년) / 케이옥션 제공
이중섭 '닭과 가족'(1954~55년) / 케이옥션 제공

한국 추상화의 효시 김환기의 작품이 경매 최고가 10점 중 9점을 점유한 가운데, 유일하게 이중섭의 작품이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동시대 많은 작가들이 서구 미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때 이중섭은 서양의 표현 기법을 차용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감수성을 담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탄생시켰다. 특히 담뱃갑 속 종이를 이용한 은지화는 그 고유성을 인정받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기도 하다.

케이옥션 3월 경매에 출품된 작품 '닭과 가족'은 1953년 일본에서 잠시 가족을 재회한 후 작고하는 1956년까지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쓸쓸하고 외로운 상태에서 제작된,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담은 작품이다. 닭과 사람이 뒤엉켜 있는 형상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했는지 느껴진다.

어디가 연결되어 있는지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끈으로 묶여 있는 듯한 이 작품은 가족을 하나의 단단한 유기체로 여긴 그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중섭 작품 속 가족 이미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우울과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시대를 살아가는 한 예술가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출품되기도 했다.
'닭과 가족'의 경매 추정가는 14억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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