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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공정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3 18:53

수정 2022.03.13 18:53

[차관칼럼] 공정위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
법 집행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최종 판단이 증거와 법리에 기반해서 결정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조사과정이 적법했는지,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됐는지 등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등 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심의를 통해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하는 준사법적 행정기관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공정위 조사 및 제재를 통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공정위는 적법절차 강화를 통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해 최근 두 차례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조사와 심의 절차를 대폭 보완·개선했다.

내부규칙으로 정하고 있던 기업의 변호인 조력권이나 현장조사 시 조사공문 교부 의무를 공정거래법에 직접 명문화했다.
또 기업의 근무시간 중에만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한했고, 진술을 받는 경우 반드시 진술조서를 작성토록 하고 자료 등을 일시 보관하는 경우 보관조서도 반드시 교부하도록 했다.

아울러 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된 이후에는 추가 조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법률에 신설했고 그 밖에 제한적 자료열람제도, 소위 '데이터룸'을 신설해 증거자료를 사업자가 충분히 열람하고 심의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조사공무원과 사업자가 대등한 당사자로서 무기 대등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했다.

절차적 관점에서 공정위의 법 집행 개선은 향후 3가지 방향에서 계속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선된 제도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공정위 조사관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비록 자료의 디지털화 등으로 조사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만큼은 철저히 보장되도록 할 것이다. 기업들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절차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 행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사건처리 지연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이 강조될수록 사건 진행이 더뎌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일례로 예전에는 전원회의에서 2~3건을 심의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1건만 심의하고 있으며 그것도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위원회 개최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더 신속하게 사건처리를 위해서는 약식 처리대상 확대, 동의의결제 활성화, 인력과 조직 보강 등 다양한 수단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끝으로, 절차적 정당성 강화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적 제도개선 방안들도 계속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룸의 활용도 제고, 변호사 비밀유지 특권 등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주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질서의 파수꾼으로서 공정위의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절차적 적법성, 실체적 정당성 및 처분의 적시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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