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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박지선 "악의 허상 가려내야"…이승기 "악은 형편없는 것"(종합)

뉴스1

입력 2022.03.13 19:50

수정 2022.03.14 10:01

SBS 방송화면 갈무리 © 뉴스1
SBS 방송화면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집사부일체'에서 악의 마음을 읽으며 범죄의 허상과 민낯을 파헤쳤다.

13일 오후 6시30분 방송되는 SBS '집사부일체'는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30주년 특집 제2탄으로 꾸며져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그알' 연출을 맡았던 도준우, 이동원 PD가 출연했다.

이날 박지선 범죄심리학자는 악을 쫓는 것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잘못한 게 아닌데, 저희가 겁낼 이유는 하나도 없고 악은 두렵거나 무서운 대상이 아니고 정말 무서운 건 피해자의 진술이다. 그건 정말 힘들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권일용 프로파일러도 "내 삶의 배수진은 피해자들의 고통이라고 책에 썼다"라며 "내가 도망가면 이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나. 제복을 입고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도망가면 피해자들이 누구에게 의지하겠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두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알' 연출진들은 취재 비화를 밝혔다. 종교 단체 잠입 취재를 했다는 도준우 PD는 "어렵게 들어갔는데 그날 종교 단체에 굉장히 큰 행사가 있던 날이었다, 수만 명이 모인 행사였는데 신도인 척 위장을 하고 들어간 것이다"라며 "어쨌든 들어가서 녹취나 카메라를 가지고 나서 몰래 취재를 하기 위해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한 관계자가 와서 취재진이지 않냐, 이름을 안다, 지금 당신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여기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취재 자료를 내놓고 방송에 내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나왔다. 그때는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이라 그랬다"고 회상했다.

또한 타짜를 만났다는 이동원 PD는 "한 판을 했는데 1만5000점이 나오더라, 마지막에 내게 딱 한 장의 피가 남는데 피박을 씌우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밑장 빼기 하는 걸 게속 보려고 했는데도 안 보이고, 카메라 3대 두고 찍었는데도 안 보여서 시원하게 치고 가시더라"고 했다.

이동원 PD는 화성 8차 사건 재심의 비하인드를 취재, "이춘재가 자백을 해서 누명을 쓴 윤씨가 인터뷰를 모두 거부했다"라며 "알고 보니 이전에 모든 기자들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마음대로 영상을 찍고 내보내서 언론을 믿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굉장히 어렵게 설득해서 재심 전문 변호사와 함께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열심히 한 이유에 대해 "'그알'도 여러 차례 이 사건을 방송했지만 억울한 것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그알'에서 총 5회에 걸친 자료가 남아 있어서 재심도 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권일용은 "만약 이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가석방이 될 뻔했다"라며 "20년간 모범수로 살아서 교도관들도 어떻게 저런 사람이 했냐라고 하더라"고 했다. 김동현은 "20년간 착한 척 하면서 산 거 아니냐"고 지적했고 맞다고 답했다. 이승기는 "프로파일러라도 화가 나지 않냐"고 물었고, "정보를 알아내야 해서 화를 내면 안 된다, 조금의 미동도 보여선 안 된다"라며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사하는 사람이 내 말을 진지하게 듣는지, 아니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지 범죄지들도 역으로 프로파일링을 한다, 기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가장 큰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악의 마음을 읽기 위한 범죄현장 재구성 방법을 진행했다. 권일용은 "먼저 누중의 법칙, 누적된 순서대로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횡적 계속성 법칙으로, 흔적은 연결돼 있고 빈공간에서 단서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의 가상 현장 사진을 공개한 뒤 멤버들은 범죄 현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추리가 이어진 가운데, 권일용은 "감각적 추리가 아닌 과학적으로 현장의 모습을 봐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지선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실제 범죄자가 '그알'에 보낸 편지를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편지는 공개된 적 없는 것으로, 권일용이 프로파일링을 했던 사람이었다. 이승기는 "서론이 굉장히 길고, 피해자 코스프레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그래도 어쩌냐'는 표현은 속으로 삼키는 건데 썼다"고 했다. 이에 박지선은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걸 굉장히 잘 짚었다"며 "아까 범죄 현장 재구성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라고 칭찬했고, 권일용도 "분석관으로 특채해도 되겠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동현은 "5~8페이지를 읽었는데 사형 제도를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유수빈은 "자신이 위에 있는 식의 태도로 가르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편지를 쓴 범죄자는 바로 유영철이었다. 박지선은 "8쪽의 글을 자필로 쓴다고 했을 때 편지의 외향만 보고 이상한 점이 있지 않냐"고 물었고, 리정은 "실수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이 편지에는 고친 부분이 단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 박지선은 "외부에 보일 걸 염두에 두고, 보여줄 최종본인 것이다. 하나 틀린 것 없이 옮겨적은 건데 하나의 오차도 보여주기 싫은 성격이고 그런 점이 유영철의 범행에도 많이 묻어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선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희대의 범죄자 이런 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허상, 편지를 보면서 이들의 민낯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악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 했다. 이에 이승기는 "악이라는 게 되게 형편없는 인간들이었다"고 했고, 리정은 "범죄자는 절대 강한 게 아니라 초조하고 부족했다"라며 "악은 그냥 지질하고 비열한 거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일용은 "이제는 예전처럼 돌아다니면서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라며 "진화되어서 옮겨간 게 디지털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N번방 같은 사건은 단순 성착취가 아니라 살인 범죄다,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살인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