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면서 현수막과 벽보 폐기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매년 선거철마다 버려지는 홍보·전단물이 환경오염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미미한 상황이다.
벽보와 현수막은 정보 전달 효율성이 낮은 데다 고령층을 포함한 전 국민의 온라인 접근성이 높은 만큼 벽보와 현수막을 온라인 홍보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 20대 대통령선거를 위해 전국 8만4884곳에 붙인 벽보 길이는 총 848㎞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수막까지 포함하면 선거기간 사용하고 버리는 홍보물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현수막은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까지 걸 수 있다.
서울시 기준 행정동 수는 426개다. 후보당 현수막을 852개까지 내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대선 후보 14명이 현수막을 최대로 내걸었을 때 서울에서만 1만1928개가 사용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거철마다 제작하는 종이 공보물과 벽보·현수막은 제작과 폐기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제 20대 대선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7312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80만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다가오는 6월에 진행할 제8회 지방선거까지 포함하면 올해 선거기간 홍보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5억개를 사용한 양과 맞먹는다.
선거 현수막 게시와 철거는 모두 후보자 책임이다. 공직선거법 제276조에 따르면 선거운동을 위해 선전물이나 시설물을 설치한 자는 선거일 후 지체없이 이를 철거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문다.
수거한 현수막 일부는 지자체를 거쳐 장바구니나 잡화로 재탄생한다. 환경부는 2020년 '선거용 인쇄물 분리배출 및 폐현수막 재활용 지침'을 배포하고 선거 현수막 재활용 대책을 마련했다. 후보자가 현수막을 철거한 후 지자체에 수거를 요청하면 원단을 지역 재활용업체나 사회적 기업에 제공해 재활용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수막 재활용은 실효성이 낮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현수막은 대부분 폴리에스테르나 면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냄새와 염색약을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한다"며 "장바구니와 같은 재활용품을 만들더라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선거 벽보는 부착과 철거를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선관위 부담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닐은 비닐대로 종이는 종이대로 분리수거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과 벽보 모두 제작과 처리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선거 홍보물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배경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선거 홍보물 개선 대책에 대한 시민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공보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률이 42.9%에 달했다. 이 밖에 재생종이 사용 의무화(33.9%)와 현수막 규격 및 수량 제한(12.9%)이 뒤를 이었다.
반면 현수막 재활용을 의무화하자는 답변은 6%에 그쳤다. 어깨띠나 옷·피켓을 재활용하자는 의견도 4%에 그쳤다.
김미화 이사장은 "현수막과 종이 공보물은 과거 60~70년대 선거 홍보 수단이 제한적이었을 때 사용했던 수단"이라며 "홍보 효과도 의문스러울 뿐더러 재활용 과정에도 환경오염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영구 폐기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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