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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실책 바로잡되 냉온탕은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4 18:30

수정 2022.03.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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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이건 꼭 하자 (4) 부동산 정상화
'샤워실의 바보' 되면 곤란
미지근한 골디락스가 최상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1월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1월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설적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부동산 실책 덕을 톡톡히 봤다. 대선 승패를 가른 요인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부동산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냉온탕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2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원성을 부른 진앙이 바로 공시가격 인상이다. 지난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은 평균 19.9% 뛰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그냥 두면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예년 수준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달 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알아서 기는 격이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공약했다.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다시 짜겠다고 약속했다.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 수준(95%)에서 동결하고, 1주택자 세율은 문 정부 출범 이전으로 내리기로 했다. 유권자에게 한 약속인 만큼 단계적으로 공약을 이행하기 바란다.

다만 과격한 정책 변동은 금물이다. 윤 당선인은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시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을 약속했다.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은 전면 재검토하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촉진할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연장하거나 정차장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공약집에 담겼다. 하나같이 집값을 자극할 내용들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냈다. 여길 보면 노태우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정권교체에 따라 집값이 롤러코스터를 탄 모습이 보인다. 노태우·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선 30~40%가량 뛰었다. 우리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집값이 물가상승률 수준의 안정세를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정책을 손봐야지 전 정권을 손봐선 안 된다.

윤 당선인은 유세 중 "(문 정부의 부동산) 무능은 무능 아니다. 일부러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설마 그러기야 했겠는가. 다만 부동산 부자를 응징하겠다는 이념적 접근이 무능을 낳은 것은 맞다. 윤 당선인은 '인생 책'으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는다. 프리드먼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샤워실의 바보'에 비유했다. 샤워기에서 찬물이 쏟아지자 바보는 수도꼭지를 반대편으로 홱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바보는 그저 왔다갔다 할 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를 모른다.
이번에야말로 윤 정부가 부동산 골디락스를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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