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공동 경제비대위 고려할만
공동 경제비대위 고려할만
세계 경제에 러시아 부도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앞서 세계적 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러시아 디폴트 임박'을 경고했다. 피치는 지난주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직전보다 6단계 떨어뜨려 '디폴트 직전'으로 강등했다.
디폴트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단행된 서방의 금융제재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차단된 러시아는 자금흐름이 원활치 않다. 외환보유액은 6400억달러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이 동결 상태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전체 외환보유액 중 3000억달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13일 자국 방송에 나와 밝혔다. 시장은 16일을 러시아 부도 분수령으로 점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1억700만달러 규모의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사실상 이행 불가능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팬데믹에 멍든 세계 경제는 더욱 암울해진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장담할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은행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1200억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 국채는 지난해 3월 기준 412억달러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제2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98년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였던 LTCM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보고 결국 파산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대비책이 절실하다.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며 초긴축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유동성 문제도 점검해봐야 한다. 동시에 실물부문 충격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러시아 거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도산을 우려한다. 한국은 지금 정권 교체기라 민감한 시기다. 행여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 신구 정부가 공동 비상경제대책위를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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