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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규제완화 기대감에… 노도강 갭투자 수요 몰린다 [현장르포]

김희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6 18:11

수정 2022.03.16 18:47

새정부 출범후 재건축 탄력 기대
전세 낀 매매 목적 문의 부쩍 늘어
호가는 그대로인데 매물 속속 회수
"문의 많아도 실거래 눈치보기 여전"
최근 20대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모습 사진=김희수 기자
최근 20대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모습 사진=김희수 기자
"이제 기다리면 재건축되는 거 아니냐. 지금 사는 집보다 좁아도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 살다가 자식한테는 새아파트를 물려주고 싶다."

16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소에 재건축 아파트 매수 문의차 방문한 70대 여성은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일 대통령선거 이후 강남, 여의도, 목동 등 주요 단지뿐 아니라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 재건축 시장도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대선 전까지 수 개월째 거래는 커녕 매수·매도 문의조차 거의 없었던 침체 분위기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소 바뀌고 있었다.

특히, 노도강은 강남 등 규제지역들과 달리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있지 않아 '갭투자(전세 낀 매매)' 목적의 재건축 매수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갭투자 문의 부쩍 늘어

이날 찾은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썰렁했던 거래시장 분위기가 대선 이후 사뭇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이상을 통과한 상계주공 14개 단지는 지난 1~2월 19건만이 거래돼 전년 동기(225건)보다 92%나 감소하는 거래절벽이 심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일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재건축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뜨거웠다. 상계주공7단지 인근 B공인중개사는 "대선 전에는 매수 문의가 전혀 없었는데 대선 후에 3팀이 방문했다"며 "한 팀은 7단지 내부에서 평수를 옮기려는 수요지만, 재건축이 활발해 것으로 보고 기다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도강이 압구정·여의도·목동·성동구나 청담·삼성·대치·잠실동과 달리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이지 않아 갭투자식 재건축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택매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봉구 창동주공19단지 내 C공인중개사는 "대선 이후 하루에 1~2건은 꾸준히 매수문의가 온다"며 "특히 전세 임차인을 구하면 실투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 달라는 갭투자 문의가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나왔던 매물들도 속속 회수되고 있다. '미미삼(미성·미륭·삼호)'으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단지 앞 D공인중개사는 "매도 호가는 전년 시세 그대로지만, 대선 전후 매물이 45개에서 38개로 감소했다"며 "집주인들의 재건축 기대가 확실히 커졌다"고 전했다.

■재건축 단지 외 잠잠… 실거래없는 '눈치보기'

다만, 노도강은 재건축 단지 외에는 거래상황이 대선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 상가 E공인중개사는 "최근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두고 여론조사를 한 정도"라며 "매수·매도자 모두 변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매수 문의는 살아나고 있지만 노도강 재건축 단지에서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눈치보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도봉구 창동주공19단지 내 F공인중개사는 "도봉구 다른 지역에서 이사오려는 매수자가 6개월째 자기 집이 안 팔려 거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는 "대선 전에 나온 매물이 어제 매매됐는데 대선 후 이 단지의 첫 실거래"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는 "투자 문의가 있기는 해도 다주택자를 중과세 규제로 거미줄처럼 촘촘히 묶어놨으니 실거래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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