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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페트로 위안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6 18:30

수정 2022.03.16 18:30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한다. 모든 걸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다들 그렇게 부른다.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에 임명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왕세자 사촌형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찬 건 2년 뒤다.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왕족들을 감금해 벌인 숙청작업은 적폐청산으로 포장됐다.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인기가 대단했다.
홍해에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대규모 리조트 건설계획이 나왔고, 여성에게도 운전이 허용됐다.

왕세자의 잔혹함이 서방 세계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되면서다. 그해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사건 후 그가 처음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서방 인사들이 일제히 그를 외면한 가운데 요란한 하이파이브로 그를 맞았던 이가 다름아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외신은 "고요한 도서관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리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왕세자 사이는 껄끄럽다. 면죄부를 줬던 전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신랄했다. 왕세자가 적극 개입한 예멘 내전에도 바이든은 별 관심이 없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바이든이 석유증산을 요청하자 이번엔 왕세자가 시큰둥하게 나왔다.

벌어진 틈을 파고든 쪽은 중국이다. 왕세자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며 환심을 샀다. 사우디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됐다. 최근 외신은 사우디가 중국 수출용 원유 일부에 위안화 결제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뜻하는 '페트로 위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세계 원유거래는 달러화 독주체제다.
중국은 '페트로 달러'의 막강한 힘을 빼야 위안화 기축통화 꿈에 다가설 수 있다. '페트로 위안'의 현실가능성엔 전망이 갈린다.
그렇지만 어지러운 정세에 중국이 웃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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