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내렸지만 보조금도 줄어
수도권∼부산 장거리 운송 꺼려
비닐하우스 농가도 고유가 시름
수도권∼부산 장거리 운송 꺼려
비닐하우스 농가도 고유가 시름
8년째 화물차를 운전했다는 화물기사 정모씨(40)는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화물기사를 비롯한 농가 등 서민들의 생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임료 절반 이상이 기름 값"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3.73원, 서울 평균 가격은 2087.54원이다. 경유의 경우 전국 평균 1917.63원, 서울 평균 2015.48원이다.
22년간 화물차를 운전한 오모씨(56)는 "기름값이 올해 1월만 해도 1300원 했는데 한 두달 사이 리터당 500~600원 올랐다"며 "드럼 하나(200L) 기준으로 하면 얼마나 높겠나"며 한숨 쉬었다.
이처럼 치솟은 유가에 일부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운임료 절반 이상이 기름 값"이라며 장거리 운송을 꺼리고 있다.
오씨는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차가 없으니 올라오는 차도 없어 부산에 물량이 적체돼 있다"며 화물운송 주문앱을 켜 부산 한 업체당 주문건수 500~600건 가량 쌓여있는 것을 보여줬다.
정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코로나19가 터질 때쯤 콜 단가가 내려간 데다가 기름값도 올라 단거리 운송만 하고 있다"며 "서울·경기 북부까지만 운송하고, 여기 신정동서 50~60㎞ 되는 화성까지도 안 간다"고 말했다.
11톤가량 싣는 정씨의 트럭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경우 평균 운임비는 120만~130만원. 여기에 기름 값만 70만원으로, 전체 운임비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이 외에도 △톨게이트비용 5만~6만원 △차량 구입하며 받은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하면 수익은 40만~50만원선 아래까지 쪼그라든다.
정씨는 "3년 전만 해도 경유가 리터당 1300~1400원이어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데 50만원이면 충분했다"면서 "최근엔 8000~9000원 하던 요소수 가격까지 1만4000~1만5000원 하다가 안정되고 나니 이제는 기름 값이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난방비에 비닐하우스 농가도 휘청
경기도 고양시에서 10년째 비닐하우스로 딸기 농사를 짓는 A씨도 "10년 중 올해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실내 등유로 비닐하우스 난방을 하는 A씨는 "작년엔 1L당 600~700원선에 샀는데 올해는 900~950원이다"며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농약이 안 드는 바이러스까지 퍼져 딸기 생산량도 떨어졌다"며 울분을 토했다.
A씨가 대체로 겨울 한 달간 사용하는 기름양은 2000~3000L에 달한다. 기름 값만 180만~285만원인 셈이다. 그마저도 올 겨울은 너무 추운 탓에 같은 양으로 20일 정도 버티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타격은 이처럼 농가와 화물기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특히 경유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예전엔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150원, 100원 정도 났는데 이제 30~40원밖에 차이 안 나다 보니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운전자 분들이나 SUV 운전자들은 석유 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으로 체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조만간 유가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교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그외 OPEC+(미국과 같이 석유수출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까지 포함한 기구)가 증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물 가격에 비해 선물가격이 많이 낮아 두 세달 정도 지나면 유가는 지금보다는 많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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