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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조급하게 정할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7 18:49

수정 2022.03.17 18:56

용산이든 광화문이든
국민 중지부터 모으길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가 새 대통령 집무실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가 새 대통령 집무실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뉴스1
새 대통령의 집무실 장소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원래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신청사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최종적으로 결론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장소가 확정되면 그 결과와 함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김 대변인은 "청와대로 윤 당선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3·9 대선 패배 뒤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호재를 만났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7일 "용산 땅은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집무실 이전은 국민과 소통을 위한 것인데 국방부 부지는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은 본관 근무를 마다하고 비서동으로 내려왔다"며 "대통령이 찾으면 1분 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이든 용산이든 장단점이 있다. 이럴 땐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대선 공약집 329쪽을 보라. 윤 당선인은 "국민 곁에서, 국민과 늘 소통하며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관저는 "대통령실과 공간적 분리 및 이전"을 약속했다. 불통 이미지가 강한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장소를 둘러싼 혼선으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새 집무실 장소를 지금 당장 정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제66조)고 규정한다. 그만큼 무거운 자리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집무실을 서둘러 정할 일이 아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일단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시간을 두고 최적지를 선택하기 바란다. 다만 그 전에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는 필수다.

문재인 대통령 사례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만큼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의욕이 컸다. 5년 전 취임사에서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공약을 파기했다.

청와대 이전에 따른 경호, 보안, 비용상의 문제는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더해 당시 유홍준 광화문시대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은 '제일 큰 걸림돌'로 "(새 집무실이) 현재 대통령만 살다 가는 집이 아니다"라는 점을 꼽았다. 이번에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대통령은 또 다른 데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래선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게 옳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조급증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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