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18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지만 교육계 우려가 크다. 과학기술 분야에 방점을 찍으면서 교육 전문가가 한 명도 들어가지 않았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합쳐 '과학기술교육부'를 신설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교육 홀대', '교육 무시'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날 인선을 완료한 인수위는 7개 분과 24명으로 구성됐다.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과학기술교육 분야 간사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활동하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선임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물론 김창경 교수, 남기태 교수 모두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다. 남기태 교수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 한림원 회원으로 서울대 임용 당시 재료공학부 최연소 교수임용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인수위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할 김창경 교수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역임했다. 당시 2차관은 과학기술과 고등교육 분야를 담당했다. 김창경 교수는 "교과부에서 2년 가까이 차관을 했고 대학 분야도 맡았다. 교육계 인사로 이해해달라"고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그보다는 과학기술 전문가로 인식한다.
김창경 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미국 MIT공대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MIT 연구원을 거쳐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수위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학식과 행정 경험을 선정 이유로 설명했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과제를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노무현정부 이후 역대 인수위에는 교육전문가 1명씩은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인수위 교육 관련 분과에 교육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정부 때는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이명박정부에서는 이주호 KDI 교수와 김대식 동서대 교수가 인수위원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교육 공약을 설계한 곽병선 전 경인여대 학장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수위 단계 없이 바로 취임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교육'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후보 토론회가 다섯 차례 열렸지만 '사회 분야' 토론회에서조차 교육정책을 거론하는 후보가 없었다. 여야 모두 '대입 공정성'을 강조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미래교육과 이에 맞는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수위원에도 교육전문가가 빠지면서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위 출범 전부터 교육부를 해체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해 '과학기술교육부'를 신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교육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교육부 폐지', '과학기술 부총리'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런 전망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실패한 모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하는 것은 이명박정부 때 시도했던 모델이다. 이명박정부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로 만들었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5년 만에 다시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분리됐다.
특히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는 통합 부처의 이름을 처음에는 '인재과학부'로 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부처 이름에서 아예 '교육'을 빼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교육과학부'로 하겠다고 했다가 최종 '교육과학기술부'로 정했다.
김창경 교수는 뉴스1 통화에서 "인수위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부처 통합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앞서간 이야기다.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정부 조직 개편의 문제라 쉽게 한두 분과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유지된다고 해도 조직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교육계는 전망한다. 이미 오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맞춰 교육과정 개편과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은 국가교육위가 맡고 초·중등교육에 대한 권한은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는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인은 'AI 교육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 '4차 산업혁명 혁신인재 100만명 양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교육부 조직 개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창경 교수도 최근 강연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미래기술과 인재양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교총은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현장 교육 전문가는 없는 인수위 인선과 교육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해 대폭 축소하는 조직 개편 논의는 백년대계인 교육을 홀대하고 약화시키는 처사와 다름없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과학기술의 강조도 중요하지만 그 과학기술을 선도할 인재 양성은 교육이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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