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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고차 진입장벽 제거, 소비자 편에 선 올바른 결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8 15:34

수정 2022.03.18 15:34

중소벤처기업부가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사진은 1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모습. 사진=뉴스1
중소벤처기업부가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사진은 1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비교적 크고 소상공인 비중이 낮아서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기존 업계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추후 적정한 조치를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고차 매매시장은 그동안 정보 비대칭으로 불신의 벽이 높았다. 허위 매물을 비롯한 여러 거짓 정보로 소비자 피해가 상당했다. 이제 대기업의 선진 시스템이 가동돼 중고 시장 전체가 신뢰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정부 결정은 환영할 일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고 서비스의 질도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 진입이 막혔고 수입차 업체들은 별 제약없이 중고시장에서 매매가 가능했다. 이런 역차별도 바로잡을 수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허용은 순탄치 않은 과정을 밟았다. 허용 여부를 두고 정부가 3년여 심의를 끌어온 것이 이를 말해준다. 애초 시작은 9년 전이다.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권고기간 3년이 지나자 동반성장위는 다시 권고기간 3년에 재지정을 결정했다. 지정·재지정 6년 규제가 끝난 2019년부터 완성차업체들은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그러자 중고차 업계는 이제 생계형 적합업종법에 호소했다. 2018년 12월 시행된 이 법은 동반성장위 추천으로 생계형에 지정된 업종은 중기 적합업종보다 더 센 보호를 받도록 했다.

동반성장위는 2019년 11월 중고차판매업은 생계형으로 부적합한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전달했다. 그때부터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가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법정기한이던 지난해 5월까지도 결론을 못내다 해를 넘겨 이제서야 결정을 한 것이다. 주먹구구 시장의 재조정이 불가피하고 중고차 매매상이 생계형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점을 많이 감안했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진출로 지속 성장하는 시장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현대차는 이미 공식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차는 6개월 내 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금력과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대기업이 중고차를 100% 매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 미만의 차량만 거래하고 시장 점유율도 제한을 두겠다고 했지만, 이것으로 업계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중기부는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업계 피해규모를 조사해 방법을 찾겠다고 한다.
현대차는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선두기업이다. 상생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중고차 업계도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에 두고 타협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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