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청정 제주의 천연자원은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제주를 알리고 싶어요."
'황칠나무'.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남부 해안 등에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이다. 특히 화산토양에서 자란 제주 황칠나무는 약성이 뛰어나다.
실제로 항암, 항당뇨는 물론 노화방지, 성장 촉진, 골다공증 예방, 고혈압, 고지혈증, 변비 해소, 통풍 치료, 정혈작용, 지방분해, 신경안정, 뇌졸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익(1681~1763년)의 '성호사설'은 중국의 진시황제가 사신 서복에게 명해 구해오라고 했던 '동방의 불로초'가 바로 황칠나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학명도 '덴드로파낙스 모비페라레우'. 번역하면 만병통치 인삼나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황칠나무를 보고 '혈혈단신' 제주로 삶의 터전은 옮긴 이가 있다. 바로 구자권 제주본초협동조합 이사장(47)의 이야기다.
서울 용산 출신인 구 이사장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IT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제주 황칠나무'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마케팅 분야 업무를 했던 구 이사장은 "황칠나무의 효능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면 대박을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지인들과 2012년 제주 황칠나무를 원료로 건강식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고, 서울에서 영업을 책임졌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구 이사장은 "좋은 원료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00% 착각이었다"며 "그 때부터 홍보와 마케팅에 중점을 뒀고, 2014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2014년 아예 생활 터전을 제주로 옮겼다. 황칠나무 뿐 아니라 제주의 천연자원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제주에 내려온 그는 건강식품은 물론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혔다.
구 이사장은 제주에서 자신을 포함, 5개 분야 기업가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제주도 서쪽마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2015년 설립한 제주본초협동조합이다.
보통의 협동조합은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지만, 본초협동조합은 화장품·건강식품·마케팅·농산물 유통 등 업종이 다르다.
업종이 다르다 보니 생산하는 제품도 마스크팩, 건강식품 등 각양각색이다.
구자권 이사장은 "조합원만 잘 사는 협동조합이 아니라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협동조합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제주본초협동조합이 마을기업으로 탄생한 배경이다.
그래서 본초협동조합 제품의 원료 대부분은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마을주민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고산리에 마을에서 운영이 어려운 다목적회관 건물을 양조장, 전시장 등으로 운영하면서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구 이사장은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맺는데 일방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며 "결국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 이사장은 '더 좋은' 제주의 천연자원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 제주산 비트를 동결건조 분말 형태의 제품으로 생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비트를 장기적으로 먹으면 혈압 강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먹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분말형태는 손쉽게 정량을 언제든지 복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이사장은 "제주라는 아이템은 아주 매력적이다"며 "소비자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효능이 뛰어난 천연자원들도 많다. 다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알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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