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러시아 니켈 막히면 전기차 악재, 전쟁 끝나도 모자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0 15:07

수정 2022.03.20 15:07

지난해 2월 25일 러시아 무르만스크주 몬체고르스크에서 제련소 직원들이 포장된 니켈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해 2월 25일 러시아 무르만스크주 몬체고르스크에서 제련소 직원들이 포장된 니켈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달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니켈 시장이 들썩이면서 니켈 부족 현상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안정적인 니켈 공급원을 찾지 못하면 배터리 문제로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세계적으로 신규 니켈 채굴 사업이 씨가 말랐다며 러시아 문제를 넘어 만성적인 니켈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니켈 가격은 올해 초 t당 2만881달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급증했고 지난 4~7일 사이 63% 뛰었다.
LME는 8일 니켈 가격이 장중 10만달러를 넘자 16일까지 거래를 중단시켰고 이후 거래폭 제한을 두고 장을 다시 열었다. 니켈 가격은 18일 전 거래일 대비 12% 떨어진 t당 3만7115달러에 거래됐다.

갑작스런 니켈 파동은 중국 기업들의 선물 거래 영향이 있었지만 러시아의 니켈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공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21년 기준 러시아의 니켈 생산 비중은 전 세계 대비 약 9%로 세계 3위였다. 그러나 러시아 광산업체 노릴스크니켈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1등급(순도 99.8%) 니켈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의 마크 베버리지 수석 고문은 현재 니켈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스테인리스강 생산이지만 비율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수요가 전체 니켈 수요 대비 현재 10% 수준이지만 “10~15년 뒤에 50% 이상 불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최근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함량을 90% 이상 올린 ‘하이니켈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NBC는 니켈 업계에서 1등급 니켈 채굴을 위한 신규 채굴 사업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니켈은 크게 황화물 광석과 라테라이트(홍토) 광석에서 추출되며 세계 니켈 생산량 1~2위를 다투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니켈 모두 라테라이트 니켈이다. 해당 니켈들은 채굴하기 비교적 쉽지만 순도가 낮다. 러시아 니켈은 주로 황화물 광석이라 생산량은 적지만 순도만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CNBC는 미국 등 서방의 전기차 기업들이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러시아 외 다른 국가에서 안정적인 황화니켈 광산을 개발 하던지, 아니면 막대한 자본 지출과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대규모 제련시설을 구축해 순도를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미시간주의 이글 광산이 사실상 유일한 니켈 광산이며 2025년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탈론 메탈과 호주 리오 틴토가 합작으로 미네소타주 타마락의 황화니켈 광산을 개발할 예정이지만 아직도 정부 허가를 얻지 못했다. 광산 반대 단체들은 니켈 채굴 과정에서 지하수 오염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탈론 메탈은 지난 1월 미 테슬라와 6년간 니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는 2026년까지 니켈 광산이 작동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탈론의 헨리 반 루옌 최고경영자(CEO)는 제련소에서 니켈 순도를 높일 경우 “타마락 사업보다 15~20배 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BC는 미국이 러시아를 제외하고 캐나다나 노르웨이, 호주, 핀란드에서 니켈을 수입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의 황화니켈 광산 숫자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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