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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한은 총재 인선, 협치 실천할 기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0 18:51

수정 2022.03.20 18:51

임기 4년에 중임 가능
새정부 의견도 들어야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지만, 누가 뒤를 이을지 오리무중이다. 자칫 사상 초유의 통화신용정책 수장의 공백이 현실화할 참이다. 총재 내정부터 청문회 통과까지 짧게는 16일이 걸렸던 전례를 감안했을 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회동이 불발된 데서 보듯 정권 인수·인계 과정이 원활치 않다는 방증이라면 매우 걱정되는 사태 전개다.


단 하루도 한은 총재 자리를 비워둬선 안 될 만큼 한국 경제는 엄중한 국면이다. 대내적으로는 오미크론발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에너지 대란과 원자재 공급망 위기가 엄습했다. 이로 인한 물가급등과 환율불안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자원빈국인 한국이 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유가 및 곡물가격 급등의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통화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려는 기류다. 인플레이션이란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2년간의 '제로 기준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고 올해 6차례, 내년 3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영국 등 유럽국은 물론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도 시중의 과잉유동성 회수를 위한 도미노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들어설지 여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포함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을 통해 정해야 한다.

이 같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 신구 정부가 한은 총재 공석으로 불안요인을 키워선 곤란하다. 더욱이 한은 총재는 관행적으로 정치색을 띤 인사가 맡는 자리도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한은 총재 인선에 관한 한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알박기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임기 4년의 한은 총재는 국가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중책이다. 법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나 윤 당선인 측과 협의를 통해 후임자를 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대선 뒤로 임명을 미뤄온 것도 그런 취지로 믿고 싶다.
신임 총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면 정권 이양기에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제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의석 분포도 바뀌는 만큼 이번 한은 총재 인선을 신구 정부가 한 차원 높은 협치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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