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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로 식량 위기 현실화, 밀 가격 21% 뛰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1 14:23

수정 2022.03.21 14:23

지난 2021년 7월 21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인근 트빌리스카야의 밀밭에서 농부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2021년 7월 21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인근 트빌리스카야의 밀밭에서 농부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포화에 휩싸이고 러시아의 비료 수출까지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밀 가격은 전쟁 이후 21% 이상 뛰었으며 분쟁이 계속된다면 대규모 기아 사태가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2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세계 식량 공급망이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세계 6위의 수출국이다.
두 국가의 수출량을 합하면 전 세계 물량 대비 27%에 달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밀 외에도 보리가 23%, 해바라기유는 53%, 옥수수는 14%에 달한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주요 식량자원을 전략물자로 지정해 수출을 줄였고 전쟁 이후에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수출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경작지의 최대 30%가 전쟁터가 될 수 있으며 현지에서 파종 시기를 놓쳐 올해 농사 일정이 망가졌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의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40년 만의 최대치인 8.6% 상승했다. NYT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밀 가격이 21%, 보리는 33% 올랐다고 분석했다.

식량뿐만 아니라 비료 가격도 문제다. 비료 시세도 침공 이후 40% 가까이 뛰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암모니아를 수출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 비료의 재료이며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암모니아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또 다른 화학비료 원료인 탄산칼륨 역시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전 세계 비료 공급의 15%를 책임지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며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제재를 받게 된 벨라루스도 주요 비료 수출국이다.

NYT는 우선 러시아 주변국과 저소득 국가들이 식량 위기를 가장 먼저 겪는다고 추정했다. 아르메니아, 몽골, 카자흐스탄, 에리트레아는 밀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 수입했다. 터키와 이집트, 방글라데시, 이란은 두 국가로부터 밀의 60% 이상을 확보했다. 소말리아와 베냉, 수단 등 일부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다. NYT는 여기에 지난해 중국의 대홍수로 밀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고 현지 밀 경작지의 3분의 1에서 재배가 늦춰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주요 식량 소비국인 중국이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 다른 국가들에 돌아갈 물량이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이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기아 인구가 18%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달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 시장에 미친 영향만으로도 760만~1310만명이 추가로 굶주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재앙에 재앙을 더했다"라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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