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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사회통합과 新통상정책

[서초포럼] 사회통합과 新통상정책
대선 이후 국민통합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의 일 순위가 '통합'으로 나타났다. 인수위원회에도 마침 국민통합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치한 정책 디자인과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통상정책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최근 급격한 대외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한편 통상은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포함되기 때문에 통합적 정책 필요성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중심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통한 경제영토 확대가 있었다. 그 결과 58개국과 18건의 FTA를 체결해 명실상부한 FTA 허브국가로 자리 잡았다. 이런 무역자유화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수출 7위와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존 FTA 중심 통상정책으로는 최근의 급격한 국제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인 세계무역기구(WTO)는 사실상 주요 기능을 상실한 상태여서 당분간 다자체제를 통한 무역자유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양자 또는 다자 간 협상에 따른 통상협정 체결과 이를 통한 수출시장 확보, 경제영토 확대를 목표로 하는 통상정책은 이제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통상은 산업정책, 첨단기술에 대한 패권경쟁, 경제안보 등과 결합되어 그 경계와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노동, 환경, 인권 등 통상정책에서 크게 다루지 않던 이슈의 부상도 통상정책 방향 설정에 중요한 요소다. 각국 정부는 산업보조금을 통해 주요 산업 육성과 핵심 생산시설의 자국 내 유치에 몰두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선택적 협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도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파트너 선정과 분야별·사안별 협력방안을 통상정책에 접목하는 것이 시급하다.

코로나 팬데믹,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탈세계화와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통상의 무게중심이 협상에서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전략을 짜고, 우리 시장은 최소한으로 내주면서 해외시장은 최대로 얻는 것이 지상목표였다면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에 방점을 두는 통상정책이 필요하다. 해외진출한 기업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현지화는 사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해외진출 기업의 성공적 협력사례는 국가 브랜드가치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통상정책과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경제는 성장한 반면 불균형 심화와 사회적 요구의 다양성 증대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농민 그리고 소비자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사회통합에 기초가 되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신뢰와 네트워크 구축에서 시작된다. 10대 경제대국에 걸맞은 선진적 통상정책으로 사회통합과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사회통합형 통상정책이 필요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