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자 KT&G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반러 정서에 글로벌 담배 기업의 탈 러시아 행렬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현지 법인과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KT&G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상황 속 KT&G는 현지 사업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재원들의 안전을 위해 '컨티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널(JTI) 등 글로벌 담배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 중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4위의 담배 시장으로, 연간 2056억 개비 담배가 판매된다.
KT&G는 2010년 모스크바 인근에 1024.79㎡ 규모의 생산 기지를 마련했다. '에쎄', '블루밍' 등 내수용 담배를 연간 48억 개비씩 생산 중이다.
필립모리스와 2020년엔 궐련형 전자담배 '릴', 전용스틱 '핏'을 러시아에 처음 수출하기도 했다.
KT&G 관계자는 "국제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유사시 현지 사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컨티전시 플랜을 준비했다"며 "주재원들의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국적 담배 회사들은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며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지난 1992년 러시아에서 법인을 신설, 3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필립모리스 전체 담배 시장에서 러시아의 출하량 비중은 10%로, 글로벌 영업이익의 6%를 차지한다.
BAT그룹도 러시아에서의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BAT그룹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매출 비중은 3% 내외다.
JTI도 러시아 지우기 에 동참했다. JTI는 당초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플룸 X'(Ploom X)에 대한 글로벌 첫 출시 국가로 러시아를 꼽은 바 있다. JTI가 러시아 담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사업 전면 철수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일각에선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사업 조정에 대한 의사를 밝힌 만큼 러시아 담배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러시아 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JTI(37%·1위), PMI(31.7%·2위), BAT(24%·3위). 전체 시장의 약 93%를 차지하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담배 회사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사업 조정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며 "러시아 담배 시장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에 KT&G가 제재에 동참하기엔 어려운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히 다른 글로벌 기업이 철수했다고 우리도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해당 사안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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