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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보유세, 땜질에 그쳐선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3 18:39

수정 2022.03.23 18:39

공시가 또 뛰자 보완책 내놔
잇단 실책 스스로 인정한 꼴
새정부서 대폭 손질 불가피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 및 부담 완화방안과 관련해 관련부처들과 합동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 및 부담 완화방안과 관련해 관련부처들과 합동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17% 넘게 올랐다. 작년(19.05%)보다 낮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높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23일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보완책도 내놨다. 1가구 1주택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매길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산정만 할 뿐 써먹지도 못하게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으로 민심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세금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보완책은 정부 스스로 실책을 인정한 격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세웠다. 아파트의 경우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방향 자체는 옳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최악이었다. 지난 몇 년 새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집값이다. 집값이 뛸 땐 가만 둬도 보유세가 오른다. 이 마당에 정부는 로드맵을 앞세워 현실화율도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높였다. 한마디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다. 결국 부동산 민심이 폭발했고, 이는 지난 3·9 대선에서도 집권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완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보완책은 올해만 적용하는 임시변통일 뿐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시가격 정책 전반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1주택자 종부세율을 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다시 짜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부동산 실책에 머리를 숙였다. 적어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신정부와 공조하기 바란다.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면 공시가격 인상률에 상한선을 두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안을 검토할 만하다. 유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공시가격 인상률에 5% 상한을 두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10% 캡을 제안하기도 했다. 법에 상한을 두면 보유세 날벼락에 따른 불만을 어느 정도 다독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공시가격에 관한 권한을 지자체로 대거 옮기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지금은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확정하기 전에 지자체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두고 있을 따름이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적정성을 두고 종종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티격태격한다. 지난해 봄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는 공시가격 오류를 두고 국토부와 설전을 벌였다. 보유세는 특정 지역, 특정 주택에 살기 때문에 내는 세금이다. 이런 세금은 지자체에 더 큰 권한을 주는 게 맞다.

지난 2020년 감사원은 '부동산 가격공시제 운용 실태' 보고서에서 미국 뉴욕·캘리포니아·텍사스주 모델을 분석했다. 뉴욕주는 시티·타운·카운티 등 하위 지자체에 집값 산정 권한을 위임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매매가 이뤄질 때만 부동산을 재평가한다.
텍사스주는 3년에 한번씩 재평가한다. 땅이 넓은 미국과 좁디좁은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균형발전을 지상과제로 추진하는 이 시기에 중앙정부가 전권을 행사하는 한국형 모델이 과연 타당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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