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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일부 관세면제 부활...인플레 해소·中달래기 이중포석 (종합)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4 13:05

수정 2022.03.24 13:05

- 미국,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 다시 적용
- 중국, 올해 경기하방 압력 가중 상황에서 수출 통한 성장둔화 상쇄 효과
- 미국, 1단계 무역합의 이행률도 57% 그친다는 점 감안하면 대가 요구할 가능성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무역대표부(USTR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대표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뉴시스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무역대표부(USTR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대표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 조치를 부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이들 제품은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감소 효과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 편에 서 있는 중국 달래기 포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21년 10월 12일 수입 분부터 소급 적용되며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

USTR은 “중국산 수산물을 비롯해 화학제품, 섬유, 전자 및 소비재 등이 관세 혜택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품에 부과해온 관세를 면제할 경우 상품 가격이 내려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이 걸림돌이다. 또 코로나19 공급망 교란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지원 움직임을 보이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떼놓기 위한 속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를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엄청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그렇지 않으면 이 같은 혜택을 준다는 ‘당근책’으로 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 “면제 승인은 정부가 미국 수입업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고 미중 관계에서 일부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년 2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 관세를 적용하면서 중국과 무역 갈등은 본격화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자국 수입업자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0년 말 양국 간 무역 관계 개선에 합의한 뒤 549개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선 관세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가 들어선 지난해 10월부턴 추가적인 조치 확대를 검토해 왔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소하고, 중국 측이 미국과 약속한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만 문제를 비롯해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과 홍콩 민주화 문제 등으로 미중관계가 꼬이면서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이런 미국의 관세혜택은 올해 경기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수출 촉진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호재다. 수출 증가는 다른 경제지표 하락의 상쇄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 5.5% 안팎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에서 수출은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을 8.1%까지 끌어올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투자와 소비는 모두 줄었지만 ‘코로나 특수’에 힘입은 연간 수출은 29.9%(3조3640억달러) 실적을 거뒀다. 더욱이 중국 대외무역에서 부동의 1위는 미국이다. 중국은 2021년 미국과 7556억 달러(약 910조원)의 무역 거래를 했고 이 가운데 수출이 76%이상인 5761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수출은 녹록치 않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수출은 5447억달러(약 668조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3%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 달 전인 12월(20.9%)보다 4.6%p 내려간 수치이며, 2020년 11월 11.4% 이래 가장 낮은 월별 증가율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관리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달 7일 경제 매체 차이신에 “수출 성장이 둔화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대형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수요 약세로 2022년 경제성장은 내수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손해를 보는 무역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까지 중국은 2020년 1월 체결된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 이행률이 57%(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그치는 상태이고, 미국에선 이를 빌미로 2단계 무역협상 등 추가 조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에게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대신 이에 상응한 대가를 앞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미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2020년보다 26.9% 늘어난 8591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서방 외신들은 이날 중국산 제품의 관세 부과 예외 조치를 언급하면서 1단계 무역 합의가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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