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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권교체기에 탄소세 서둘 이유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4 18:37

수정 2022.03.24 18:54

기업에 이중과세 우려
탈원전 손질이 더 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탄소세 도입 신중론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주한 유럽연합(EU)대사단 초청 회장단 간담회에서 탄소세 부과시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탄소세 도입 신중론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주한 유럽연합(EU)대사단 초청 회장단 간담회에서 탄소세 부과시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요지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탈탄소 정책의 일환인 탄소세 도입을 놓고 현 정부의 시름이 깊어졌다. 산업계·학계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런 기류 속에 탄소세 도입을 무기한 보류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일단 부인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담은 내부 용역 보고서가 나온 건 팩트였다. 정권 이양기에 임기 말 정부가 '뜨거운 감자' 격인 탄소세 도입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세 도입을 저울질해왔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당사자에게 일정 비율의 세금을 매기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중과세 문제를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인 터에 이중으로 기업에 부담을 안긴다면서다. KDI 연구 보고서엔 "배출권거래제 참가기업들에는 탄소세를 면제하거나 환급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담겨 있다.

탄소세에 내재된 소득 역진성도 함정이다. 생산자인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면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오르고, 이는 결국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에 따른 조세저항 가능성을 우려한 배경이다.

국내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건 더 큰 문제다. 한국은 철강·자동차 등 탄소 다배출업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인 데다 유럽에 비해 탄소감축 기술도 아직 뒤처져 있다. 특히 국내에선 발전 등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탄소배출이 제로 수준인 원전을 탈원전을 고집하느라 배제해 왔다. 앞으로 전기료 인상에다 탄소세까지 도입된다면 업계로선 허리가 휠 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탄소세 도입에 관한 한 미국이나 중국 등을 앞서려고 가속페달을 밟을 필요는 없다.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진행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용역보고서도 그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 운용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보완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법하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어느 나라든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탈탄소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조차 이미 원전 유턴을 택했다.
탄소세 도입 여부는 곧 출범할 신정부가 원전을 포함, 에너지전환 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로 짠 뒤에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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