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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ICBM 도발, 신구 권력 즉각 공조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4 21:28

수정 2022.03.24 21:43

정권교체기 빈 틈 노려
이견접고 文-尹 만나야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4 (조선중앙TV 캡처) 사진=뉴스1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4 (조선중앙TV 캡처) 사진=뉴스1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각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미국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우리 군은 즉각 동해상에서 합동 지·해·공 미사일을 대응 발사했다. 북한이 ICBM 레드라인을 넘으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북한은 지난 2018년 핵실험·ICBM 발사 유예를 선언했으나 올 들어 파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ICBM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정권교체기다. 북한은 바로 이 틈을 노렸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핵실험 재개,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더욱 위협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이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 주변에서 갱도를 다시 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이번에 쏜 미사일을 괴물ICBM, 곧 화성-17형으로 추정한다. 화성-17형은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를 넘기 때문에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급박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신구 권력이 충돌 양상을 보여선 곤란하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당선인 측과도 긴밀히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올바른 판단이다. 지금 신구 권력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이어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 사전에 협의를 했느니 안 했느니 공방을 벌였다. 인수위는 24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강수를 뒀다. 박범계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옹호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지금은 갈등을 접고 신구 정권이 국가안보에 힘을 모을 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재 유럽을 순방 중이다. 미국의 관심은 온통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한미 공조에 틈이 생겨선 안 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대북 강경자세를 보였다. 새 정부 5년 내내 북한은 골칫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 차제에 북한에 대한 대응방침을 견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마침 윤 당선인은 25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향후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득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더 이상 회동을 미룰 이유가 없다.
국가안보에 비하면 인사 갈등은 자잘한 이슈다. 이견을 접고 당장이라도 만나서 대북정책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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