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질주하는 배달오토바이 보험가입률은 10%대…할증제가 답될까

뉴스1

입력 2022.03.27 07:04

수정 2022.03.27 07:04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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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30분 이내로 배달 예정입니다." 배달운전자들은 지금도 촉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길 위를 달린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지만 연 20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가 부담돼 배달용 오토바이(이륜차) 보험 가입률은 20%도 안 된다. 배달 중 사고가 나도 운전자는 물론 사고 피해자까지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개발원, 손해보험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륜차보험에 할증제를 신설하고, 할인율의 폭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륜차보험에는 무사고 할인제만 있고 할증제가 없는데, 사고가 잦은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물리게 되면 전체적인 보험료는 낮추고 안전 운전까지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고 잦은데 보험가입률 19%…가정용 편법가입까지

이륜차보험은 용도에 따라 가정용·비유상운송·유상운송으로 나뉜다. 가정용은 일상생활이나 출퇴근, 비유상운송은 중국집 등에서 고용한 자체 배달원이 이용하는 용도다. 흔히 배달앱을 통해 건당 배달비를 받고 근무하는 배달원은 유상운송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라면 누구나 3가지 용도에 맞게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책임보험은 사고가 나면 상대방 치료비를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 하지만 보장범위가 최소한이라 상대방 보상을 무제한으로 해주고, 운전자 자신의 치료비까지 보장해주는 종합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배달용(유상운송) 이륜차보험료가 연 200만원에 달하다 보니, 배달 운전자들이 가정용 보험을 대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용 보험에 가입하면 배달 중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도 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유상운송용 평균보험료는 2020년말 기준 연 204만원으로 가정용 보험료의 11배 수준이다. 가입 대수는 3만7000여대로 가입률은 19% 정도로 추정된다(종사자 20만명 추산). 손보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보험료는 연 10만원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배달용은 보험료가 높아 가정용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고 종합보험 가입률도 낮다"고 설명했다.

배달용 이륜차보험료가 비싼 건 손해율이 높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을 맞추려 신호위반, 속도위반을 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보니 사고가 잦다. 그만큼 보험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져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손해보험업계에서 이야기하는 배달용 이륜차보험의 손해율은 120~130% 정도다.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만원을 받아도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120~130만원 가량 된다는 의미다.

◇당국, 할증제 도입 검토…고위험군의 보험료 전가 낮출까

금융당국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 여러차례 개선안을 내놨다. 2020년에는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자기부담금을 내는 특약을 이륜차보험에 도입했다. 배달용 오토바이가 가정용 보험에 편법 가입했을 때 보장을 받을 수 없도록 약관도 개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체적인 보험료가 내려가는 효과는 미비했다.

당국은 더 나아가 이륜차보험에 할증제를 신설해 보험료 차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이륜차보험에는 고위험군 운전자의 사고가 잦아도 그만큼 보험료를 할증할 체계가 없었다.
일부 사고가 잦은 운전자들로 인해 전체적인 보험료가 계속 올라가고 있던 셈이다.

손보업계에서는 할증제가 신설되고 그만큼 안전하게 운전하는 가입자의 보험료를 더 낮출 수 있다면 손해율과 보험료를 낮추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할증제가 신설되면 그만큼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저렴한 보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업계 입장에서도 합리적이고 안전운전에 대한 니즈도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