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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벤처 복수의결권 이번엔 꼭 이뤄지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7 18:34

수정 2022.03.27 18:34

민주당 시늉만 하다 포기
재벌특혜 시비 시대착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하차하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후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하차하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후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정했다.
"미래 신산업을 주도할 벤처·스타트업(초기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는 것이 인수위측 설명이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복수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차등의결권으로도 불린다. 보통 주식 1주당 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면 1주에 10주 또는 100주 등 차등해 다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지키면서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필수적이다.

벤처생태계가 건강한 선진국 대다수가 이미 복수의결권을 채택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에 도입돼 있다. 구글이나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특히 활발하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글 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주식 비중은 11.4%지만 의결권은 51.1%에 이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일반 주주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계속 막을 경우 전도유망한 벤처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나 한국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이 그런 사례다. 알리바바의 뉴욕행을 계기로 제도 도입을 서두른 중국은 2019년부터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제2 벤처붐'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도 복수의결권 허용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막판 제동으로 결국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창업주의 복수 차등의결권 허용'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당시 여당은 "우리 청년들이 창업의 용광로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벤처강국을 외쳤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됐던 관련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못 넘었다. 재벌 특혜라는 시민단체 주장에 여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개정안의 경우 대기업 총수 일가나 계열사가 복수의결권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도 남용을 막기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포함돼 있다. 벤처업계가 민주당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것은 이런 이유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후보 시절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엔 제도 도입이 기필코 성사되길 기대한다.
172석을 가진 다수석의 민주당이 적극 협조해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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