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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칩4 동맹

지난해 4월 1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4월 1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세기 초 결성된 한자동맹은 대항해시대 이전 유럽의 교역을 독점한 도시동맹이다. 77개의 유럽 주요 도시가 연합한 거대한 무역공동체였다. 자체 해군력을 보유한 동맹 개념이 네덜란드의 서인도회사, 영국의 동인도회사로 발전했다.

한제(Hanse)에서 유래한 한자(Hansa)는 중세 독일 도시에서 활동하던 상회(상인조합)를 이른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상인조합 항공사라는 뜻이다. 독일 북부 뤼벡을 맹주로 브레멘·함부르크·쾰른이 4대 주요 도시였다. 청어와 대구, 소금 등을 교역하며 부를 쌓았다. 한자동맹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동맹이란 경제적으로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인접국가 사이에 맺어지는 경제 및 금융 동맹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이 결성한 베네룩스(Benelux)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세해 프리탈룩스(Fritalux)로 확대됐다. 영연방과 스칸디나비아의 경제동맹인 유니스칸(Uniscan)도 마찬가지다. 유럽공동체(EC)가 이 같은 경제동맹에서 발원됐다.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주요 국가에 칩4(Chip 4) 동맹 결성을 개별적으로 제안했다. 칩은 반도체, 4는 동맹국 숫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숨통을 죄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읽힌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추진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반도체다. 반도체 생산 인프라의 80%를 아시아 3국이 갖고 있다. 메모리 분야 최강자인 한국,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의 일본이 그것이다. 칩4동맹은 반도체동맹의 다른 이름이다. 단순한 경제동맹이 아니다.
반도체 굴기를 노리는 중국엔 치명적이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주요 시장인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 앞에 난감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