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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현대산업개발 등록말소, 과잉처벌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8 18:21

수정 2022.03.28 18:21

소뿔 고쳐야 하지만
소마저 다칠까 걱정
국토교통부 권혁진 건설정책국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의 책임자 제재 및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조치 사항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권혁진 건설정책국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광주광역시 화정동에서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의 책임자 제재 및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조치 사항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시공능력평가 9위(2021년)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큰 칼을 빼들었다. 국토부는 28일 현산에 대해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징계를 내려줄 것을 처분권을 가진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행법상 가장 센 징계는 등록말소다. 서울시가 국토부 요청을 수용하면 현산은 25년 만에 건설업 면허가 취소되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 1997년 당국은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일으킨 동아건설의 면허를 취소했다.

국토부는 부실시공 근절방안도 내놨다. 시설물 중대손괴로 일반인 3명,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할 경우 건설업 등록을 곧바로 말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는 게 핵심이다.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돼도 등록을 말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된다.

현산은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현산은 작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건물 철거 중 사망사고를 일으켰다. 이어 올 1월에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 건물 외벽이 떨어져나가는 붕괴 참사를 빚었다. 현산 측은 머리를 숙였으나, 연속 사고에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국토부의 근절대책은 그 연장선에 있다.

제재는 불가피하다. 다만 등록말소와 같은 고강도 응징성 제재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현산의 시공능력을 9위로 평가했다. 톱브랜드 건설사들과 견줄 만한 높은 순위다. 현산 규모의 대형 건설사마저 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게 건설 현장의 특징이다. 이를 외면하면 제2, 제3의 현산이 또 나올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서 하청업체의 안전수준을 높이는 대·중기 상생형 산업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실시공을 근절하되, "건설공사는 작업 여건상 수많은 위험과 변수에 노출된다"며 "건설공사의 특수성에 맞는 안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잖아도 건설업계는 처벌 공포에 휩싸여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영업정지(82조), 등록말소(83조) 등 각종 제재를 규정한다. 국토부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한층 강화된 내용으로 건산법을 연내 개정할 계획이다. 하위법령인 시행령은 국토부가 29일 곧바로 입법예고한다. 개정 시행령은 중대 부실시공 사고 시 행정처분권을 현행 지자체에서 국토부 직권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 마당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건설업체들로선 사방이 수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새 정부는 여러분이 힘들어했던 부분을 상식에 맞춰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을 더욱 안전한 곳으로 만들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과잉처벌은 건설업 자체를 위축시켜 지역 하도급 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 당선인 말대로 더도 덜도 말고 '상식선'에서 건설업 규제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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