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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의 품격' 또 빛났다..수상자 봉투 열더니 갑자기 수어로

농아인 배우 코처, 남우조연상 수상하자
윤여정, 수어축하 후 트로피 들어줘 배려
왼쪽 어깨엔 '난민과 함께'라고 적힌 '푸른 리본'
트로이 코처가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CODA)로 남우 조연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윤여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3.28. 사진=뉴시스화상
트로이 코처가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CODA)로 남우 조연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윤여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3.28.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75)은 수어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상을 받는 배우가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윤여정이 "어머니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나 봐요"라고 겸연쩍게 웃자 객석은 환호가 터졌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제 이름은 윤여정"이라며 "유럽의 많은 분들이 저를 '여' 혹은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 드리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날 검은색 롱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윤여정의 왼쪽 어깨엔 '난민과 함께'란 뜻의 영문 '#With Refugees'가 새겨진 파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을 지지하는 상징이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은 수상자가 적힌 빨간 봉투를 연 뒤 잠시 뜸을 들인 뒤 수어로 수상자를 호명했다. 수상자가 영화 '코다'의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였기 때문이다.

코처가 수상소감을 하려면 두 손을 써야하기 때문에 윤여정은 코처의 트로피를 대신 들고 있었다. 그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4kg 조금 못 되는데 난 한 손으로 들기 굉장히 무겁더라"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생중계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커' 역도 톡톡히 했다.

윤여정은 "어머니가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머니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작년에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이 안 되는 것에 대해 한소리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남우조연상 후보자님들의 이름을 보니 발음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한 말이었다. 윤여정은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윤여정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전년도 수상자가 남녀 부문을 바꿔 이듬해 시상자로 나서는 게 아카데미의 전통이다.

한편 최고상인 작품상도 '코다'에 돌아갔다. 대사의 40% 안팎이 수어로 된 '코다'는 농아인 부모, 오빠와 살며 이들의 입과 귀가 돼주는 딸 루비가 음악을 하려는 꿈을 품고 집을 떠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4명 중 루비 아빠 역의 남우조연상 수상자 코처를 포함한 3명의 배우가 농아인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