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리게임' 1억 넘게 벌었는데 벌금은 고작 500만원

김해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9 18:04

수정 2022.03.29 18:04

대리게임 처벌법 시행 3년
4351건 중 수사 의뢰는 50건
'롤대리' 사이트 100여개 활개
돈을 받고 타인의 게임 계정 점수 등을 올려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대리게임 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난 가운데 해당 사안이 수사와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1억3000만원 범죄수익

29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대리게임 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대리게임 관련 처리 건수는 4351건에 달한다.

최근에도 대리게임 관련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판례가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3일 대리게임 의뢰 사이트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 의뢰인의 '리그 오브 레전드(롤)' 게임 계정 점수를 대신 올려준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제11호(대리게임방지조항)는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해 주는 행위를 알선 또는 제공해 게임물의 정상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대리 게임 적발이 수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2019~2021년 게임위의 대리게임 사후조치 4351건 중 수사 의뢰는 50건으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4301건은 대리게임 (광고)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로 그쳤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리게임으로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도 2건뿐이었다. 또 피고인들은 대리게임으로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수익을 얻은 반면, 처벌은 벌금 300만~5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인천지법은 지난 2020년 11월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게임 캐릭터를 대신 육성해주겠다는 취지로 광고해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058회에 걸쳐 총 1억3089만3558원을 입금받고 타인의 게임 계정 캐릭터 레벨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B씨가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리 업체 지금도 활개

대리게임 행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 구글 등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롤대리'를 검색하면 돈을 받고 대리게임을 해주겠다는 사이트가 100여개 가량 노출됐다.

이들 중 일부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리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의뢰인의 계정으로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로 팀 게임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가 아니라는 요지다. 또 게임 실력 '교습' 목적이기 때문에 대리게임 처벌법과는 관련없다는 문구로 현혹했다. 하지만 이 또한 엄연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게임위에 따르면 의뢰인과 함께 팀을 맺는 등 게임을 진행해 점수·성과 등을 올려주는 행위, 즉 '듀오 게임'에 대해 게임위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승인 여부와 대가 지불 여부, 용역 횟수를 따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실력 향상을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게임 교습' 행위도 대가 지불 여부와 교습을 빙자한 대리·듀오 여부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의뢰인에게 돈을 받았고 그 방식이 게임사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면 충분히 조치가 가능한 건"이라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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