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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정부 민관합동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9 18:24

수정 2022.03.29 18:24

실권 없인 옥상옥 우려
권고만 하다 흐지부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2차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2차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 새로 설치할 민관합동위원회에 기업 출신 인재를 중용할 것이라고 한다. 인수위는 28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기업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민관합동위에서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 세부적 운영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정책 입안 단계부터 경제계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생긴다는 점에서 반갑다.

민관합동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선거 공약이다.
현 대통령실은 부처 위에 군림해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라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약속이다. 대통령실 참모를 대폭 줄이는 대신 정부와 대통령실 간 다리 역할을 민관합동위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얼마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민간합동위에 외부 전문가를 모셔 국가 어젠다를 설정할 것"이라며 이를 재차 확인했다.

기업인을 관료조직에 활용할 경우 공직에선 볼 수 없던 신선한 아이디어가 분출할 수 있다. 해외엔 이미 그런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 검색기업 구글의 전직 CEO 에릭 슈미트는 미국 대통령직속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장,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관료들이 접하기 힘든 세밀한 정보로 바이든 정부를 뒷받침한다. 빅테크 기업 경영진이나 대형 투자은행 CEO들이 정부 고위직에 기용된 경우도 빈번하다. 기업의 소리가 정책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반영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제 정책을 만들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관합동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과거 유사한 위원회의 숱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야심차게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 여러 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정책결정, 예산집행 등 실질적 권한이 없다 보니 권고만 하다 끝났다. 새 정부에선 민관합동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주요 국정과제를 직접 보고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떤 방식이든 정책 결정에 성공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하면 될 것이다.

민관합동위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다.
옥상옥이 될 것이란 비판, 위원회 정책 결정을 나중에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루 다 검토해야 할 문제다.
운용의 묘를 살려 민관이 함께 뛸 수 있는 건강한 조직으로 출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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