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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박지현 "부동산 정책 책임자, 지선 나오지 말라"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0 15:44

수정 2022.03.30 15:47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 지선 공천 원칙 제안
"청년 30% 이상 공천, 부동산 정책 챔임자는 공천 금지"
민주당, 음주운전 1회 적발시 '출마 부적격'에
7대 기준 보완 등 도덕성 기준 대폭 강화키로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부동산 정책 책임자는 공천을 금지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공천 혁신에 불을 지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을 분노케 한 정책에 책임이 있는 분은 나서지 말아야 한다"며 초강수를 뒀다. 민주당은 음주운전 1회라도 적발되면 '부적격'으로 심사키로 하는 등 출마 기준을 대폭 높이고 있다. 다른 당에 비해 '높은 도덕적 기준'을 통해 대선 패배를 만회하려는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지현 위원장인 30일 국회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방선거 혁신을 위한 5대 원칙을 제안한다. 다음 비대위까지 지방선거 기획단에서 내용을 검토하고 어떻게 실천할지 결과를 알려주시라"면서 5대 원칙을 공개 제안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부동산 정책 책임자에 대한 공천 금지 원칙이다. 박 위원장은 "심판 받은 정책의 책임자는 공천을 금지해야 한다.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다시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부동산 물의를 일으켰던 분은 스스로 나서지 말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철저히 가려내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 심판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청년 30% 이상 공천 △장애인,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성 원칙 △기후위기, 인구 소멸과 같은 미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의 원칙 등을 제안했다.

'예외 없는 기준 적용' 원칙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며 "법적, 도덕적으로 자성해야 할 사람들이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검증 절차와 기준을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같은 날 민주당 비대위는 대폭 강화된 지방선거 출마 기준을 의결했다.

민주당 공천은 △예비 심사(부적격 심사) △공천 심사 △경선 등 3번의 검증으로 이뤄지는데, 첫 단계인 예비 심사 기준을 높였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후 음주운전으로 1회라도 적발됐을 경우 '부적격'으로 심사키로 했다. 면허가 취소되지 않아도 한 번이라도 적발됐으면 출마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날 지방선거기획단 회의에 참여한 신현영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억울한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오히려 논의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국민의힘이나 정의당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7대 기준(강력범죄·파렴치범죄·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아동학대·투기성 다주택자)도 보완하고 새 내용을 추가했다.

성범죄와 관련,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 이용장소 침입, 디지털 성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그루밍 성범죄 조항을 넣어, 예외 없이 적용키로 했다. 가정폭력·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기소유예를 포함해 형사 처분시 부적격으로 심사한다. 당초에는 형사 처분으로 벌금 이상이 나와야 부적격이 됐었다.

보이스 피싱, 협박·상해와 일감 몰아주기,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대한 부적격 조항도 새로 생겼다.

아울러 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는 후보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추가 제출받기로 했다. 투기성 다주택자 등 부동산 관련 문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오섭 비대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외에도 여러가지 부적격 심사 내용에 있어서 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천 심사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위원장이 제안한 '부동산 정책 책임자 공천 금지'를 두고는 벌써부터 반대 기류가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선거마다 공천 파열음을 겪었던 만큼 이번 지선에서도 각자 이해관계에 따른 치열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재선 신동근 의원은 SNS를 통해 "부동산 정책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부서의 책임자 정도인가, 문재인 정부 정책에 입법으로 뒷받침한 국회는 책임이 없나"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진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부동산 투기자나 물의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공천 배제에 찬성하지만, 부동산 정책 책임자에 대한 이런 접근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오섭 비대위 대변인은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지선 기획단, 비대위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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