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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권사업의 한계 보여준 文정부 뉴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0 18:30

수정 2022.03.30 18:30

거창한 비전 내세우기보다 규제혁신 같은 실속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2.0 미래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2.0 미래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예산 편성 지침에서 '뉴딜'이란 단어가 싹 사라졌다. 지난해 지침에서 수십차례 언급된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의결했다. 지난해는 "한국판 뉴딜을 재정 측면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제기된 새로운 국정과제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재정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의 '변신'은 탓할 게 없다. 행정부가 신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에 재정운용 기조를 맞추는 건 불가피하다. 그보다 우리는 이른바 정권사업인 한국판 뉴딜이 자취를 감춘 것에 더 주목한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선 4대강, 녹색성장, 자원외교가 정권 프로젝트였으나 수명이 5년을 넘기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거창한 비전 아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 곳곳에 두었으나 이를 업적으로 보는 이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디지털·그린 뉴딜 양대축을 고용·사회안전망이 떠받치는 구조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목표가 따랐다. 이듬해 7월 뉴딜은 2.0버전으로 진화했다. 디지털·그린·휴먼 뉴딜에 지역균형 뉴딜이 첨가됐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는 16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커졌다.

한국판 뉴딜이 나오자 즉각 정권사업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2년이면 정권이 바뀔 텐데, 과연 2025년까지 220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뉴딜 사업을 지출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꼽는다. 뉴딜은 올해 사업비만 34조원에 이른다. 문재인표 뉴딜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흐지부지 끝날 공산이 크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마다 거대 프로젝트를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그러나 비전이 거창할수록 되레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는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려면 작지만 중요한 승리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예컨대 규제를 네거티브 체계로 바꾸는 건 우리 경제의 숙원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해야 할 일이고, 정권을 넘어 길이 업적으로 남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민간주도 경제를 추구한다.
잠깐 광은 나지만 정권과 부침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의 유혹을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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