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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기존 핵 정책 유지…사실상 '핵 단일목적 사용' 공약 폐기

뉴스1

입력 2022.03.31 00:35

수정 2022.03.31 08:50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대국의 핵 공격을 억지하거나 반격하기 위해서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무기 단일 목적 사용'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8일 미 의회에 제출한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2022 NPR은 미국의 핵 전략과 정책, 태세, 군사력에 대한 균형잡힌 접근을 제시한다"며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인 핵 억지력과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 억지 공약을 유지하는 것은 국방부와 국가의 최고 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NPR은 핵 무기의 역할을 줄이고 군비 통제에 대한 우리의 리더십을 재구축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전략적 안정을 강조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군비 경쟁을 피하며 가능한 한 위험 감소 및 군비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것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특히 "이같은 전략적 검토의 완료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핵 억지 전략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것은) 핵 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이나 동맹 및 파트너들의 핵심적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적대국의 핵 억지수단으로 사용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미 국방부가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극단적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대목이다. 이는 그간 미국이 '극단적 상황'을 전제로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기존 핵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과정에서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서 기고한 글 등을 통해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은 핵 공격을 억지하고 만약 필요하다면 핵 공격에 대해 보복하는 것"이라고 '핵무기 단일목적 사용'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NPR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의 공약을 철회하고 기존 미국의 핵 정책을 수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NPR에서 밝힌 대로 핵무기의 근본적 역할이 적대국의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을 넘어 "극단적인 상황"에서 적대국의 생화학 무기나 재래식 무기, 사이버 공격 등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 등의 안보 위협이 커짐에 따라 미국이 '단일목적' 정책 채택시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이들 국가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25일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 단일목적 사용' 공약을 철회하고 핵 위협 이외에 재래식 및 기타 비핵적 위험을 억지하기 위해 잠재적인 핵대응 위협을 사용하는 미국의 오랜 접근법을 수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는 당시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유럽 방문 일정이 있었던 지난주 초에 결정됐으며, 러시아 등에 대한 동맹국들의 단결된 입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또 지난 28일 의회에 제출한 '2022 국가국방전략(NDS·National Defense Strategy)'과 관련해 미사일방어 검토(MDR) 보고서 요약본도 공개했다.

국방부는 "NDS의 넓은 맥락에서 MDR은 진화하는 미사일 위협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제공한다"면서 "미사일은 군사력을 보여주는 주요 수단이며, 미사일 방어에 있어 통합 억지력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어 "MDR은 미사일 사용에 대한 적의 확신을 낮추고, 동맹들을 안심시키며, 긴장 고조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는 탄력적인 방어 태세에 있어 미사일 방어의 중요한 기여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8일 중국을 미국 본토 방어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한 '2022 NDS'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2022 NDS는 미국 본토 방어의 최우선 순위를 "다양한 영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또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이자 당면한 도전"으로 적시하고 "억지력 유지·강화에 긴급하게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위협에 맞선 미국 본토 방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 억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 억제 등을 우선 순위로 제시했다.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NSS)' 잠정 지침을 내놓으면서 "안정되고 개방적인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겨냥했던 기조가 반영됐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 북한·이란과 극단주의 단체에 대한 대응도 포함됐다. 특히 러시아에 대해서는 "잔혹하고 정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알 수 있듯 시급한 위협"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란, 극단적 테러단체와 함께 나열한 뒤 "이들의 끈질긴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2018년 국방안보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을 '현실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명시하고 중국·러시아·이란·테러리스트와 함께 미국 안보의 5대 주요 위협으로 적시한 바 있다.

이번 NDS엔 처음으로 기존 NPR와 MDR이 통합됐다.
미 국방부는 "미국의 국방 전략과 자원의 긴밀한 연계가 확보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