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우편을 배달해주고 쌈짓돈 통장을 불려주는 동네 우체국. 우리 일상에 공기처럼 존재해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체국은 특별하다. 우체국을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는 공무원 조직이면서 유일하게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번 돈을 오히려 정부 재정에 보태는 유일한 조직이다. 도서 산간 지역까지 구석구석 뻗어 있는 3400여개에 달하는 우체국은 은행마저 폐점하는 요즘 시대에 '국민 접점' 면에서 중요한 인프라다. '애물단지' 알뜰폰을 대중화한 것도, 코로나 초기 마스크 대란의 구원투수역할을 맡은 것도 우체국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우체국은 '디지털 복지'의 첨병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우본의 체질 자체를 통상 우편 중심에서 소포 우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편과 금융이란 두 축을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가 기존 우편 중심 시스템에서 소포 중심 시스템으로 체질 변화를 꾀한다. 공익을 추구하는 국기기관으로 민간 물류의 기능을 보완하면서 공적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실장급)은 임기내 추진할 핵심 과제로 '물류혁신'을 꼽았다. 그는 "우본의 체질 자체를 통상 우편 중심에서 소포 우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소포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을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물류 규모가 임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물류 처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설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혁신 성공 아마존처럼…2024년까지 73억 투자
우본은 기존 시스템에 IT기술을 도입하는 물류혁신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 7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오는 2024년까지 AI(인공지능) 기반 통합 무인접수 시스템과 지능형 일괄하차 시스템, 소포하차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의 당일 배송 시스템 구축과 물류 혁신에 성공한 아마존을 본보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우본에 따르면 우선 기존 대면 우편접수 시스템을 무인·비대면 시스템으로 개선하기 위해 'AI기반 통합 무인접수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문자·음성 인식기술과 통합 무인접수 시스템 개발로 나뉜다. 문자·음성 인식기술은 주소와 우편번호 등에 대한 필기체·음성 데이터 DB구축과 딥러닝(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데이터를 인지·추론·학습하는 기계학습 방법)을 활용한 AI기반 인식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통합 무인접수 시스템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문자, 음성, 주소DB(행정안전부 구축 전국 주소 데이터베이스 활용)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연동해 편리한 주소입력을 지원하는 통합 무인 우편접수 시스템이다. 올 3월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시제품 현장적용과 통합 무인접수 기술 고도화를 거쳐 2024년 12월 기술개발을 완료한다. 예산은 올해 4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23, 2024년에 각각 6억2000만원이 투입된다.
또 현장직원 업무부하 경감을 위해 파렛트에 적재된 소포를 소포구분기로 일괄투입하는 지능형 일괄하차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대용량 자동 공급기(티퍼) 운영시 발생하는 소포 파손이나 끼임, 미투입 잔여 물량 등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파렛트 내 우편물의 종류와 적재 상태 등을 AI(인공지능)로 인식해 티퍼의 기울기, 속도를 최적 상태로 제어 가능하고 IoT 센서 기반 예지보전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장 예측 등 장비 상태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한다. 예산은 28억이 투입된다.
마지막으로 물류현장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고강도의 노동집약적인 낱소포 하차작업의 자동화 기술 개발 필요성에 따라 소포 하차 자동화 시스템(28억 투입)을 구축한다. 이는 3D 공간인식 기술로 차량에 적재된 낱소포 유형과 적재상태를 파악해 자동으로 소포구분기로 투입하는 소포 하차 자동화 기술이다.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 구축중…모바일 우편함, 전자문서지갑 등 제공
내부 시스템도 바꾼다. 우본은 기존 우체국금융시스템에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혁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으로 구축중이다. AI와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모바일 우편함, 금융비서 서비스, 전자문서지갑 등 디지털 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손 본부장은 "우편의 금융 시스템 자체가 20년 이상 된 노후된 시스템"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하고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교체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사업은 2023년 2월 마무리되며 올 9월 서비스 오픈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3160억원의 투입됐다. 아울러 우본은 디지털 미술작품 거래 등 NFT(대체불가능한토큰) 활용 사례 증가 추세에 따라 블록체인 NFT 기반 기념우표 발행도 검토중이다. 특히 국가적 행사 등 기념우표 발생시 한정판으로 NFT를 발행해 우정사업의 활용성과 효과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만성적자 탈피는 여전한 숙제…"작년부터 관리가능한 적자수준으로"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본은 만성화된 '재정적자 탈피'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우본의 적자는 지난 2011년 적자 439억원을 시작으로 지난 2018년 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는 대부분 우편사업에서 비롯된다. 우편사업의 경우 정부가 운영함에도 정부 예산을 쓰지 않는 독립채산제(특별회계 운영) 형식으로 운영되는 탓이다. 특히 이메일과 모바일의 보급으로 일반 우편물이 급감하면서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편물 배송 시장에서도 민간기업과 경쟁하다 보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본측은 "2020년부터 우편사업 내실화를 본격화한 결과 2021년부터 적자수준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편적 서비스 영역에 해당하는 우편 사업에 대한 적자는 일정부분 불가피 하다는 게 우본의 입장이다.
손 본부장은 "우편 사업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우편은 보편적 서비스의 영역으로, 국민들에게 우본이 투입된 비용 전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편은 구조적으로 비용과 관계없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우본이 하고 있는 예금·보험 사업을 통해 우편의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편이 하고 있는 예금과 보험 등 금융사업을 통해 우편의 적자 보전을 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게 우본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민수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본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때마다 우본이 영리기관으로 역할을 하는게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며 "우선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게 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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