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8강전 당시 연장 120분 혈전
수아레스 고의 핸드볼 파울로 PK 얻고도 실축, 승부차기서 패배
[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1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우루과이에 당했던 아픔을 한국만 설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가나가 더 벼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는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한국과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도하 전시컨벤션센터(ECC)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에서 H조에 묶였다.
한국은 오는 11월 24일 열리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만나고 가나는 12월 2일 우루과이를 상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한국과 가나 모두 우루과이에 '갚을 빚'이 있다. 우루과이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16강전과 8강전에서 한국과 가나를 만나 모두 승리를 거두고 4강까지 진출했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2골을 내주고 1-2로 아쉽게 졌다. 이청용의 동점골이 나오긴 했지만 수아레스에게 수비가 뚫리면서 허무하게 결승골을 내줬다. 지금은 은퇴한 이동국의 힘없는 슛이 나온 경기도 바로 우루과이와 16강전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패배는 가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가나는 우루과이와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연장 혈투에 들어갔다. 당시 가나는 강한 체력을 앞세워 우루과이를 몰아붙였고 결국 연장 후반 14분에 결정적인 프리킥 기회를 맞았다.
가나는 프리킥 공격 상황에서 두 차례 슈팅을 날렸고 이 가운데 두 번째 슛이 수아레스의 블로킹에 막히며 골을 놓치고 말았다. 수아레스가 손으로 막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결승골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수아레스는 당연히 즉각 퇴장당했고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가나 선수들은 마치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듯 얼싸안고 환호했다.
하지만 아사모아 기안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실축을 하고 말았고 경기장 바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아레스는 환호했다. 결국 가나는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기안이 페널티킥을 성공했더라면 가나의 승리로 끝나 수아레스는 패배의 원흉이자 역적이 될 수 있었지만 졸지에 '열사'가 된 꼴이 됐다.
커트 오라쿠 가나축구협회 회장은 조 추첨이 끝난 뒤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이 12년 전 설욕의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가 분명히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수아레스의 선방(?)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우루과이를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내심 우루과이와 같은 조가 된 것을 반겼다.
12년 전 한국과 가나를 모두 울렸던 수아레스는 아직도 현역으로 뛴다. 그러나 이젠 나이가 들어 기량은 전성기만 못하다. 그래도 수아레스는 수아레스다. 올 시즌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9골을 포함해 정규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한국과 가나로서는 수아레스를 상대로 설욕해야만 12년 전 패배도 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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