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시늉만 낸 혁신금융... 미성년카드 등 외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3 18:47

수정 2022.04.03 20:58

특례로 규제 풀어 키운 서비스
실적 저조로 잇달아 축소·폐지
월세 카드납부 시장상황 무시
드라이브스루 환전도 비현실적
210건 넘었지만 성과는 일부
시늉만 낸 혁신금융... 미성년카드 등 외면
금융당국이 일정 기간 특례를 인정한 '혁신금융'이 기대와 달리 사업실적이 저조하거나 단기간에 사라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혁신금융'이란 시장 파괴력이 있거나 혁신적 아이디어에 한해 금융당국이 일부 규제를 풀어 한시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하지만 일부 혁신금융 서비스의 경우 해당 기업들이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비현실적으로 제안하거나, 사업성이 낮은 탓에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혁신금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빠카드' 못 이긴 미성년카드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미성년 가족카드'가 출시 8개월이 지났지만 발급실적은 1만장가량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카드 발급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다. 이는 정상적인 카드가 첫달에만 수만장씩 팔리는 점을 감안할 때 미미한 실적이란 지적이다. 두 자녀를 둔 4인가구가 2장씩 발급받는다고 가정하면 2500가구도 찾지 않은 셈.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월 미성년 가족카드를 혁신금융으로 승인했다. '아빠카드'와 '엄마카드'를 대체할 서비스로 관심을 모았지만 걸림돌이 많았다는 것. 이 카드의 한도가 최대 50만원에 그쳤고, 사용가능한 곳은 교통, 편의점, 문구점, 학원, 서점 등에 불과했다.

이뿐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0년 12월 혁신금융으로 승인해준 '월세 카드 납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로 월세를 내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수수료를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 접은 드라이브스루 환전소

우리은행의 '드라이브스루 환전소', 국민카드의 '중고차 안전거래 서비스'도 실적이 저조해 중단된 케이스다. 그중 우리은행이 출시했던 '드라이브스루 환전소'는 좋은 발상이었지만 사실상 비현실적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이브스루점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가져오듯이 앱으로 미리 환전을 신청한 후 차에 탄 채로 현금을 환전받는 서비스란 점에서 그렇다는 것. 우리은행 본점 지하주차장에 시험설치해 운용했으나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했다. 코로나로 외국인관광객 유입이 끊겼고, 마땅한 설치장소를 확장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카드가 지난해 4월 말 선보인 '중고차 안전거래 서비스'의 경우 올 초 서비스를 접었다. 개인 간 중고차 거래를 할 때 파는 사람에겐 일시적 가맹점 권한을 줘 사는 사람이 현금 없이 카드로 결제토록 한 서비스다. 지난 2020년 2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 승인을 받았지만 지정 연장을 받지 못했다. 혁신금융 서비스는 승인 후 2년이 지나면 당국에 혁신금융 지정 연장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국민카드는 지정 연장을 신청했지만 당국은 실적이 거의 없어 연장을 거부했다.

한편 지난 2019년 4월 금융혁신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당국이 현재까지 승인을 내준 혁신금융 건수는 210건을 넘겼다.
스타트업이 제안한 일부 사업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지만 금융사들이 제안한 혁신금융 사업은 성공사례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ksh@fnnews.com 김성환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