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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솔로몬제도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16세기 후반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고 믿은 페루의 스페인 총독은 조카를 그곳으로 보낸다. 스페인 항해사 알바로 데 멘다냐가 그다. 표류를 거듭하다 발을 디딘 곳이 남태평양 섬이었다. 호주 북동쪽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 솔로몬제도는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다. 솔로몬제도라는 이름은 성서 속 왕의 이름을 딴 것이다.

기대했던 황금은 없었다. 잊혀진 땅이 됐으나 19세기 영국인 탐험가들에 의해 재발견돼 사탕수수 농장으로 거듭난다. 그림 같은 풍광의 섬이 핏빛으로 물들며 세계 전쟁사에 잊을 수 없는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1942년 전투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비로소 자존심을 회복한 미국이 5개월 후 일본과 다시 맞붙은 곳이 솔로몬제도 과달카날 섬이었다. 섬은 호주와 미국 본토까지 넘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미군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전투는 처참했고 결과는 일본군의 궤멸이었다. 미국은 이후 태평양 제해권을 거머쥐게 된다.

이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테렌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라인'(1999년)이다. 숀 펜 등 명배우들이 열연하며 이 비극적 전쟁의 승자는 대체 누구냐고 묻는다. 얇은 방어선 '씬 레드라인'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선을 의미했다.

솔로몬제도는 1978년 독립국이 됐다. 인구 65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은 1511달러(2020년)로 최빈국에 속한다. 중국이 최근 솔로몬제도에 군 병력과 군함을 파견할 수 있는 안보협정을 타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 인해 호주 등 이웃 국가와 미국의 우려가 격화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솔로몬제도는 중국과 얽히면서 계속 소용돌이다.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 일대일로 지원을 받았다.
노골적 친중 행보에 지난해 말 반정부시위가 들끓었다. 중국은 경찰용 방탄복을 지원했고, 미국은 29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했다. 가난한 섬나라가 다시 강대국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