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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서울 불바다론' 꺼냈다…대남 위협 고조 우려

뉴시스

입력 2022.04.04 07:57

수정 2022.04.04 07:57

기사내용 요약
박정천, 담화서 "서울 주요 표적 괴멸"
1994년 박영수 조평통 부국장 첫 발언
이후 인민군 총참모부, 조중통 등 활용
전문가들, 대남 위협 고조 징조 해석

[서울=뉴시스]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2021.09.07.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2021.09.07.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이른바 '서울 불바다'를 연상시키는 공세적 언급을 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을 본격적으로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군부 서열 1위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지난 3일 대남 위협 담화에서 서울을 거론했다.

박정천은 서욱 국방장관의 대북 선제 타격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 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 서열 1위 박정천이 이처럼 서울 공격을 거론하자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불바다설은 1994년 3월 남북 간 접촉 당시 북측 대표였던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했던 발언을 가리킨다.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25~26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 박정천 북한군 포병국장(신임 총참모장)을 불러 지시하는 모습. 2019.09.0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25~26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 박정천 북한군 포병국장(신임 총참모장)을 불러 지시하는 모습. 2019.09.0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박영수는 1994년 3월19일 남북 실무대표 접촉 당시 우리측 대표 송영대 당시 통일원 차관을 만났다. 이 접촉은 1년 전인 1993년 3월12일 북한의 핵 비확산 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렸다.

박영수는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그쪽이 전쟁을 강요하는 데 대해서는 피할 생각이 없다. 전쟁의 효과에 대해서 송 선생 측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발언했다. 이에 송영대 차관은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라며 "아니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라고 응수했다.

이 사건 이후 서울 불바다는 북한의 대남 위협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북한 스스로 이 용어를 대남 위협에 자주 활용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북심리전 방송을 위한 확성기들을 설치한 직후인 2010년 6월 중대 포고를 통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역적 패당의 아성인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서울 불바다를 다시 꺼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8월8일 한국 해병대의 서북 도서 사격 훈련에 대해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는 국방부 등 청사 이전 관련 긴급 현안보고가 진행됐다. (공동취재사진) 2022.03.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는 국방부 등 청사 이전 관련 긴급 현안보고가 진행됐다. (공동취재사진) 2022.03.22. photo@newsis.com
북한이 이번에 박정천을 통해 서울 공격을 다시 언급하자 전문가들은 대남 위협 고조를 우려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남한 사회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번 경고는 이전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켜주면서도 이 강경 발언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반전 평화 여론이 고조되는 것을 기대하는 발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미국이나 안보리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우리만 비난한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해 새 정부 길들이기를 하려는 목적도 내포돼있다"며 "조만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관광국 폐지, 연락선 단절,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국방부가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했다는 자성론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전시작전통제권도 갖고 있지 못한 한국군이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탐지한다고 해도 과연 독자적으로 선제 타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전작권도 없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도 없는 대북 선제 타격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보수 강경파들 입지를 강화시키고 남북 관계를 전쟁 직전의 심각한 상황으로 끌고 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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