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女 사외이사 모십니다" 새 자본시장법 앞두고 영입경쟁 [사외이사 거센 여풍]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4 18:22

수정 2022.04.04 18:26

8월부터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 구성 못해
기업 핵심사업 관련 전문가 선호
여성 교수·변호사 '귀하신 몸'
"女 사외이사 모십니다" 새 자본시장법 앞두고 영입경쟁 [사외이사 거센 여풍]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실시한 주요 기업 10곳 중 4곳은 여성 사외이사를 재·신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특히 교수와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2개 기업 중 17곳 女사외이사 선임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에서 에너지, 조선, 항공, 방산, 화학 등 주요 기업 42곳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7곳이 18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재·신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야별로 보면 화학사가 6명(LG화학, 포스코케미칼, 롯데정밀화학, OCI, 한화솔루션)으로 제일 많았고 △공업 4명(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방산 3명(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중공업(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지주(GS, HD현대) 2명,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가 1명 등이었다.

이같이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선임한 것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 2월 4일 개정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최근 사업 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


이 조항은 같은 해 8월 5일부터 시행됐으나 2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조치를 뒀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5일부터는 12월 결산 법인 중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은 이사회에 반드시 다른 성별이 최소 한 명씩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수-변호사 인기

여성 사외이사의 직업으로는 교수가 11명(61%)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가 7명(39%)이었다.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핵심사업과 관련있는 전공의 교수들이 주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현주 LG화학 사외이사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로 바이오매스, 탄소중립, 친환경 분야 등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있는 미래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 윤지원 현대로템 사외이사의 경우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병무청, 국방부 등 국방안보분야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변호사 출신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늘어나는 것은 ESG경영과 준법경영 등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차원에서라는 분석이다. 여성변호사협회도 이런 추세를 알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는 여성변호사협회 내 기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여성 변호사와 기업의 1대1 연결활동도 진행한다.

이에 대해 김학자 여성변호사협회 회장은 "최근 사외이사로 여성 변호사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리스크로 뽑히는 내부통제 부분에 평소 실무나 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이 적합해서 그런 것 같다"며 "여성변호사회를 운영해보니까 많은 수의 여성변호사들이 능력 대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느꼈고, 여변협회에서 이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협회 내 추천 서비스를 통해 6~7명 정도 여성 변호사들이 사외이사로 진출했다"면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은 나름의 시스템이 있어 많이 추천은 못하지만 중견기업에 많이 추천하고 있다. 성적 다양성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