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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역·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이 합리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4 18:22

수정 2022.04.04 18:22

지금은 획일적 적용
새정부서 변화 기대
지난해 6월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와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6월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와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곤혹스런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5일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간 4월 초 첫 회의에 이어 본격 논의는 6월 중순쯤 진행됐던 게 관행이다. 하지만 5월 10일 취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중 최저임금제도 개편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던 만큼 첫 회의부터 팽팽한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단기간 과속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문 정부는 시급 1만원(2020년) 공약을 위해 출범 첫해 16.4%, 이듬해 10.9%나 올렸다. 그 후 역풍이 불자 인상률을 낮췄지만 첫해(6470원) 대비 올해 최저임금(9160원)은 41.5%나 오른 상태다. 그사이 경영난을 겪는 영세사업장이 속출했고 관련된 저소득층 일자리는 계속 후퇴했다. 급기야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파산신고는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기자들에게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감당하기 힘든 기업들은 결국 고용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그런 사례는 빈번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5% 인상 시 사라지는 일자리가 10만개에 이른다. 줄어든 일자리 상당수는 숙박·음식업 등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한다.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인상분을 적용할 경우 이런 폐해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러나 노동계 반발로 매번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상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경공업과 중공업을 구분해 업종별 차등적용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여러 반대 목소리로 적용되지 못했다.

해외 선진국은 다르다. 일본의 경우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방최저심의회가 이를 참고해 결정한다. 업종별 최저임금은 지역 내 노사 요청을 받아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미국은 정부가 연방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별로 지역과 산업특성에 맞게 다시 조정한다. 호주는 120여개 직업군에 대한 직업별·연령별 세분화된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렇듯 기업이 처한 처지와 여건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는 선진국 방식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연공급제) 대신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까지 약속했다. 구시대 낡은 임금 관행은 이제 전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시대에 맞는 탄력적인 임금제도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그 출발점이길 바란다. 관건은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추진력과 실행력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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