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초임 4200만원→4800만원 인상
임직원 성과급도 연봉의 33%→50%까지 받도록
임직원 성과급도 연봉의 33%→50%까지 받도록

[파이낸셜뉴스] 한때 매각 위기에 몰렸다가 최근 전성기를 맞은 DB하이텍이 임직원 보상을 삼성급으로 파격 인상한다.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로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토끼'(임직원)를 지키려는 일종의 카운터오퍼(counter offer)인 셈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은 임직원 초임을 기존 4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4.29% 인상키로 했다. 성과급 제도도 기존에는 연봉의 최대 33%까지 받을 수 있던 한도를 앞으로는 5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대폭 손질했다. 변경된 기준에 따라 올해 신입사원의 경우 7200만원 이상의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인상했는데 DB하이텍이 올해 같은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초임이 5040만원으로 240만원 높다.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선 삼성전자는 연봉의 최대 50%를 주고, SK하이닉스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기본급의 최대 1000%를 지급해 3사가 같아졌다.
DB하이텍의 파격적인 보상체계 개선은 인력을 사수하기 위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인력 확보에 사활이 걸리면서 국내 업체끼리도 서로 인재를 채가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DB하이텍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에 대응해 내부 인력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DB하이텍은 불과 10년 전 유동성 위기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의해 매각이 추진됐던 회사다. 이 회사는 2008년 장기 적자가 이어져 빚이 2조원대까지 불었고, 2014년에는 자본잠식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칩 공급부족으로 기사회생, 지난해에는 연매출(1조2147억원) 사상 첫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8%나 늘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1152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983억원)을 뛰어넘는 연간 설비투자 규모로 역대 최대였고, 연초 투자 계획(683억원) 대비 68.6% 더 많은 공격적인 결단이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웨이퍼 기준으로 전년대비 5.7% 증가한 153만6433장의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까지 11만장대였던 월 웨이퍼 생산능력도 올해 15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일손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가 된 DB하이텍에 힘을 싣기로 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DB하이텍은 제조 분야에서 확고한 수익성 기반 위에 공정 합리화로 생산 능력을 늘렸다"며 "전력·자동차 반도체 등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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