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가수이자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소은(40)이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담은 에세이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를 출간했다. 가수 활동 후 전혀 환경이 다른 미국 변호사의 생활을 선택한 이소은이 그 속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개척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담겼다. 특히 남과의 비교도, 자책도 없이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를 담으며 독자들에게도 힐링과 위로를 선사한다.
지난 1998년, 1집 앨범 '소녀'를 발매하며 16살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소은. 이후 그는 10년 동안 많은 곡들을 발표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미국의 명문 대학인 노스웨스턴 대학교 로스쿨에 합격하며,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한 이소은은 이후 2012년 미국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하면서 미국 변호사로서의 생활을 이어왔다.
가수와 미국 변호사, 또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뉴욕지부 부의장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이소은. 현재는 뉴욕에서 문화예술 비영리단체를 운영 중인 이소은은 에세이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속에서 이처럼 다양한 이력의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자신의 감정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풀어놨다.
최근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 출간 기념 인터뷰를 통해 뉴스1을 만난 이소은. 그는 책을 쓰면서 느낀 점을 비롯해 가수 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변화해온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N인터뷰】①에 이어>
-가수와 변호사 활동 등 전혀 다른 성향의 직업을 가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을 듯 한데.
▶가수 활동을 하면서는 얻은 게 되게 많았다. 누구와 소통을 하든, 혹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통을 할 때 가지는 에너지에 대한 믿음이 커진 것도 있다. 관객과 주고 받는 에너지 속에서 특별한 무엇인가가 나온다는 걸 느껴본 입장이었다. 그런게 변호사 커리어에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 그런 직업의 환경이 되게 강렬했기 때문에 다른 일로 넘어왔을 때 혼란스러움도 있었다. 결국 나답게 산다는 건 나의 과거에 매달려 있지 않은지, 혹은 고정된 생각들을 비워내면서 나다움을 찾는 것일수도 있다.
가수 활동이 저한테 영향을 준 베네핏과 독이 각각 있을 수 있다. 변호사 활동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활동을 하다보면 디테일에 강해야하고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약간의 직업병을 가지게 된다. 어떤 것에서도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다보니깐, 그걸 일상과 일에서 분리를 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일상 생활을 할 때에도 미리미리 계획을 하지 않고 하면 위기의식을 느끼더라. 저는 되게 즉흥적이고 덤벙되는 성격인데 원래 성격과 반대인 성향의 직업을 통해서 이런 이질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니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변호사들은 정말 1년 365일 중에 364일이 바쁜 느낌 아닌가.
▶예전에 친한 파트너 변호사님이 승진을 하면 상금이 뭘로 주어지는 줄 아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제가 '높은 연봉?'이라고 얘기하니깐 그 분이 '그게 아니라 마치 이것과 같다'면서 '애플파이를 먹는 대회에 나가서 애플파이를 제일 빨리 먹은 사람한테 상금으로 더 많은 애플파이가 주어지는 것과 똑같다'라고 하시더라.(웃음) 근데 그만큼 일의 강도가 진짜 세다. 저는 변호사라는 일을 오래 지속하신 너무나 멋진 전문가들을 볼 때 느끼는 존경심이 있다. 진짜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는 그래서 그걸 지속할 스타일은 성향상 아니었던 것 같다.
-2019년 발매한 '고향의 봄' 이후에 현재 작업 중인 곡이 있나.
▶신곡은 있는데 가요는 아닐 것 같다. 제가 동요에도 관심이 많다. 아기가 생기기 전부터, 제 목소리가 동요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웃음) 조금 모던하게 업데이트된 다양성과 표용력을 염두에 둔 가사의 동요들에도 관심이 많다. 저희 아이에게 불러준 노래의 절반은 제가 만든 거였다. 그러니깐 아이도 이제 요즘 그걸 따라 부르더라. 지금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동요를 해보고 싶다. 어른이 듣고 싶은 동요가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어른들이 들어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동요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에게 관심을 받던 가수 활동과 이와 조금은 거리가 있었던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나.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가수 활동에서는 무대의 중앙에서 집중받았다면, 변호사라는 건 클라이언트와 사건이라는 걸 중심에 두고 저는 옆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했다. 저는 중심에 있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어색함도 있었다. 그 어떠한 공간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움도 있었지만 중심에서 주목 받는 삶을 살다, 약각 뒤에 물러서서 백그라운드에서 일을 하다보니깐 되게 많은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다시 내가 기획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면 더 잘 될지에 대한 그림들이 그려지는 거였다. 처음에 가수를 보류하고 변호사가 됐을 때, 이성적이 됐으면 좋겠고 무언가를 채우고 싶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것들을 조금씩은 채우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의 어린 세대들에게 가수 이소은은 사실 알기 어려운 것이기도 한데.
▶제가 가수라는 것도 모르더라.(웃음) 얼마 전에 북토크를 하는데 94년생 친구가 찾아왔길래 어떻게 나를 알지라고 너무 신기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슈가맨'을 봤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 제가 한참 활동을 했을 때는 엄청 어렸을 텐데, 저를 모르는 친구들이 이렇게 왔다는 게 조금 감동적이더라.
-다시 한 번 전업으로 가수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 없나.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저는 이제 프로젝트성으로 마음이 맞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지만 예전에 활동했을 때처럼 막 정규 앨범을 내고 이런 건 생각을 안 해봤다. 그렇다고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는 말이다. 지금 제가 어디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건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들이 열려 있는 거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조금씩 제약 없이 할 수 있으니깐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커리어가 있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제가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런 어떤 비즈니스로 발전시켜보면 좋겠다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그러면 내가 그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많이 듣고 있고 창업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있다. 약간 밑밥을 깔고 있는 시기다.(웃음)
제가 10년동안 음악 활동을 했고, 10년동안 법정에서 일을 했으니깐 다음 10년에 내 커리어에는 어떤 걸 추가하고 싶을까 했을 때는 업종이나 타이틀보다 리더십이라는 자질을 추가하고 싶다. 저는 되게 좋은 리더가 되어보고 싶다. 이게 막 '나는 리더의 자리에 오를 거야!'가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방식의 리더십이 어떤 건지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구체적인 명사보다는 동사가 중요한 것 같다.
-10년 뒤에 또 책을 낸다면.
▶저는 그거보다는 더 빨리 낼 거다.(웃음) 10년은 너무 긴 것 같다. 제가 이번에 작업을 해보니깐 제가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하더라. 다음 책을 쓴다면 다른 콘셉트로 쓰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막 학술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례를 중심으로 나의 경험과 섞어서 쓴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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