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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또 한국 탓하는 中, 국민감정 어쩌려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5 18:15

수정 2022.04.05 18:59

[차이나 톡] 또 한국 탓하는 中, 국민감정 어쩌려고
한국과 중국의 상호 국민감정이 더욱 악화될 상황에 놓였다. 동북공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속국 발언, 김치 원조 논란, 베이징올림픽 때 소수민족 의상에 한복 등장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을 한국 의류 탓으로 돌리는 억지가 중국에서 나왔다. 매번 패턴은 유사하다. 중국에서 논란이 시작되면 한국 국민이 분노하고, 중국은 재차 비난하는 형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중국 정부와 매체의 한국 의류 감염원 논리는 이렇다. 1. 한국 의류 판매점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 상품과 포장지, 자택 옷장에 걸려 있는 4벌의 한국 티셔츠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왔다.
3. 따라서 한국산 수입의류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논란의 대중 전달은 중국공산당기관지나 관영 매체가 맡는다. 다롄시, 창수시, 베이징시 등 지방정부는 발표로 보도의 근거를 제공한다.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네티즌들은 SNS로 열심히 퍼다 나르며 확산시키고 비판여론 조성 역할이다.

하지만 의문스럽고 반박할 여지는 수두룩하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런 전파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중국 외에 알려진 사례도 없다. 한국 수입품이 문제라면 수입업자·하역근로자와 유통업자, 택배원, 옷을 구경한 다수의 소비자 등이 감염에서 무사한 이유가 먼저 설명돼야 한다. 의류 유통 시점과 경로, 노출 기간 등 역학관계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정부 입으로 전파된 점도 문제다. '한국'을 특정한 이유도 따져야 한다. 중국은 특성상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정부 정보에 의존한다.

돌이켜보면 중국의 해외기원 감염설은 유독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때마다 터져 나왔다. 2020년 6월 베이징 신파디 농수산물시장과 그해 10월 칭다오 집단감염 당시에는 수입 냉동식품을, 올 1월 베이징 오미크론 출현에는 캐나다 국제우편물 탓으로 돌렸다. 이도 아니면 국경에서 넘어온 이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다는 식이다.

시 주석이 팬데믹 첫해인 2020년 9월 초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를 이미 선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중국의 태도가 설명된다. 시 주석의 영도력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덕분에 중국은 사실상 '완전 종식'이거나 그 직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책임을 떠맡을 외부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엔 한국이 표적이 됐다. 최근 확진자 급증 상황이라 지목하기도 용이했을 법하다.

우려되는 것은 양국 국민 악감정의 심화다. 더욱이 시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통화를 갖고 신뢰, 우호, 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 불과 1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문책을 피하려는 중국 정부의 속내는 충분히 읽힌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악화된 감정의 책임은 또 어디로 떠넘기려고 이러나.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높지만 중국에도 한국은 놓치기 힘든 핵심 국가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고립 직전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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