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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책임장관제 이번에 제대로 해보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5 18:15

수정 2022.04.05 18:15

대통령의 인내심이 필수
단기성과 조급증 버려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에서 책임장관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일 윤 당선인과 샌드위치 회동에서 "장관 지명자에게 차관을 추천받으면 공직사회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인사권을 장관에게 주면 팀워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차관 인선에서 장관 의견을 중시하겠다고 화답했다. 사실 책임장관제는 윤 당선인의 지론이다.
그는 대선 내내 "분야별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책임장관제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묻는 게 책임장관제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책임장관제를 약속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장관, 곧 내각은 쪼그라들고 청와대 비서실이 비대해졌다. 5년 단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조기 성과에 집착한다. 그 결과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면서 정책을 세우고 이를 내각에 지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대통령과 비서가 아무리 많이 알아도 해당 분야 전문가를 당할 수는 없다. 정책은 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입법 등 한 차원 높은 정치행위에 에너지를 쏟는 게 순리다. 비서실은 말 그대로 대통령과 내각을 잇는 비서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윤 당선인은 정치신인이다. 평생 검사만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단점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재임 1953~1961년)은 롤모델감이다. 오성장군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 영웅 출신이다. 유럽최고사령관으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교수는 "아이젠하워 리더십의 핵심은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철저하게 위임한 데 있었다"고 분석한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아이젠하워는 재선에 성공했고, 역대 미국 대통령 평가 순위에서 늘 높은 쪽에 속한다.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임 1981~1989년)도 배울 점이 많다. 그 역시 내각에 자율권을 주는 대범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 역대 대통령 순위에서 레이건의 인기는 늘 수위를 다툰다.

책임장관제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렸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장관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수다.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 바로 용인술이다.
애초에 적절한 인재를 발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내주 초 장관 후보자들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책임장관제를 약속한 윤 당선인의 안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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