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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겅중겅중 뛰는 물가, 대책은 밋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5 18:15

수정 2022.04.05 18:15

이대로 두면 민심 자극
새정부 최우선 과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처음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결국 4%대를 넘어선 것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동향에 따르면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면 봉쇄됐던 생활이 풀리면서 전 세계 소비량이 동시다발로 늘었지만, 글로벌 공급난은 여러 요인으로 가중됐다.
이 와중에 예상 못한 복병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져 에너지, 원자재, 식량 수급체계 전반이 치명상을 입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지금 초긴축 카드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 역시 에너지 가격이다. 지난달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 등 석유류 전체 상승률이 30%를 넘었다. 기름값은 조금만 올라도 서민들 생활에 직격탄이 된다. 앞서 화물차주들은 거리로 나서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유류세 인하 30%로 확대,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3개월 지원 등의 대책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날 소비자물가 4%대 상승률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악재가 쉽게 가라앉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중국의 공급문제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빵값이 거의 10년 만에 최대로 올랐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밀값 폭등 여파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이 전 세계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서방은 더 강한 러시아 제재를 내놓을 수 있다.

엄혹한 대외환경이 더해진 국내 경제여건은 간단치 않다. 대선 기간에 뿌려진 포퓰리즘 공약과 추경 50조원 편성 움직임은 향후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대출규제 완화 등 새 정부가 약속한 여러 정책도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

물가는 단순 경제지표가 아니다. 자칫 민심 이반을 부를 수 있는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활을 걸고 인플레 잡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볍게 접근하면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을 낳게 된다는 점에서 근원적 대응이 시급하다. 인수위 권영세 부위원장은 4일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마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며 "물가가 더 크게 오를 잠재적 위험도 큰 만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어깨는 그만큼 더 무겁다. 한은 본연의 임무가 물가관리다.
이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정부 성장, 거시경제 정책을 고려해 협조하며 물가목표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금융기관에서 수년간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지금의 난제를 적극 풀어주길 기대한다.
국회도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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