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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백악산 vs 북악산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6 18:52

수정 2022.04.06 18:52

북악산 개방 개념도.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북악산 개방 개념도.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사람에게 인명이 있듯 땅엔 지명이 있다. 인명이 사람의 뿌리라면 지명은 인명을 낳은 땅의 뿌리이다. 지명은 한번 붙으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고 여겨진다. 지명학에 따르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자연과 삼라만상의 이름을 지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명이 곧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명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둘러싼 지리적, 역사적, 민속학적, 유전적 특성과 흔적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하다. 오랜 생성과 소멸 과정을 거친 적자생존의 산물이다. 우리말 어휘 중 가장 숫자가 많고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지명이다.

조선이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주산(主山)으로 삼은 산이 있다. 이 산 아래 궁궐과 왕의 침소를 남쪽으로 앉혔다. 이 산의 명실상부한 본명은 백악산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열에 예닐곱은 북악산이나 청와대 뒷산, 북한산이라고 부르는 게 현실이다. 원래 북한산은 산 이름이 아니라 한양의 옛이름인 한산 이북을 이르는 지역명이다.

백악이라는 고유의 산 이름이 잊혀지고 있다. 꼭대기에 진국백(鎭國伯)이라는 여신을 모신 백악신사(白岳神社)가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백두산이나 태백산이 그렇듯 밝음, 으뜸이라는 뜻을 품었다. 다만 풍수에서 이 산의 수호신이 북 현무(北 玄武)이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남산의 북쪽에 자리 잡은 북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에다 북대문(숙정문)과 북악스카이웨이, 북악터널의 존재도 북악이라는 지명의 사용 빈도를 높였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 일대가 6일부터 전면개방된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이 산의 이름을 백악산이 아닌 북악산이라고 지칭한 것은 실로 유감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백악신사가 있던 산마루에 '백악산 342m'라고 새긴 돌비석을 세웠다.
또 2009년 백악산을 국가지정 명승 제67호에 올렸다. 이왕 산 이름을 찾아줬으면 제 이름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나.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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